여름이 싱그러움을 가득 담고 찾아오던 6월 셋째 주, 자양 라이프 아카데미 학생들은 매주 만나던 교실이 아닌 예술의 전당을 찾았습니다. 바로 한국과 스웨덴의 수교 60주년 기념 공연 <스웨덴 커넥션Ⅰ>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이 날을 위해 일주일 전 윤여순 예술자문위원으로부터무용 강의를 들은 만큼, 학생들은 관람 전부터 무척 설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현장을 기사를 통해 생생히 전해드립니다.
설렘 가득 ‘예술의 전당’ 나들이
공연 시작 전, 삼삼오오 모여 예술의전당 이곳 저곳을 구경하는 학생들. 자양 라이프 아카데미 2기뿐 아니라 지난해 수료를 완료한 1기, 한국외대 HUFS 라이프 아카데미 학생들도 이곳을 찾았는데요. 서로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라이프 아카데미라는 공통점을 지닌 만큼 금세 친해지는 광경이 이곳저곳에서 목격되었습니다. 특히 리플렛을 나눠 보던 학생들은 공연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로 이미 큰 공감대를 이룬 모습이었는데요. 마침내 공연 시작 10분 전, 학생들은 자리에 앉아 차분하고 진지한 태도로 공연 볼 준비를 마쳤습니다. 학생들의 눈은 기대감과 호기심으로 반짝입니다.
짜릿한 전율과 감동의 순간들
<스웨덴 커넥션 Ⅰ> 1부에선 스웨덴의 무용 제작 극장이자 무용단인 스코네스 댄스시어터의 자체 레퍼토리 세 작품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첫 번째 작품은 <엔터테이너들>인데요. 유명한 아크로바틱 무용수들이 공연하려던 참에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재치있게 풀어가는 내용입니다. 유쾌한 무용수들의 표정과 세 사람이 만들어내는 몸짓의 조화가 환상적으로 나타난 작품이었습니다.
‘함께, 같이’의 가치를 보여준 <하프 하프>는 움직임을 듣고, 구분하고, 조이며 푸는 감각을 통해서 소통하는 에너지를 표현한 작품입니다. 무대 위의 무용수는 말 한마디 하지 않지만, 몸의 움직임으로써 소통하며 서로 달랐던 성질을 맞추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인간관계의 이중성을 탐구하는 작품 <깨뜨릴 용기>가 이어졌습니다. 일반 무용수와 휠체어를 탄 무용수가 무대를 장악하며 작품을 이끌어갔는데요. 작품은 ‘관계’의 역동성을 감정적으로 탐구하며, 만남과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떠나는 용기가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우리가 사랑을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할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스웨덴 커넥션 Ⅰ>은 국립현대무용단과 스코네스 댄스시어터의 안무교류 프로젝트인 만큼, 2부에는 두 무용단의 콜라보 작품 <두 점 사이의 가장 긴 거리>이 공연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국립현대무용단의 신작으로, 스코네스 댄스시어터가 선정한 안무가 페르난도 멜로가 제작에 참여했는데요. ‘경계’를 주제로 다룬 무대 위에는 많은 장벽이 생겨나고 또 사라집니다. 그 장벽 앞에 무용수는 좌절하고 고뇌하며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는데요. 이 모든 과정은 침묵 속에서 무용수의 아름다운 동작만으로 표현되어, 학생들에게 깊은 마음의 울림을 전해주었습니다.
90여 분의 공연이 끝난 후, 학생들은 감동과 전율에 상기된 얼굴이었습니다. 이미 늦어진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각자 생각과 느낀 점을 이야기하느라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한 학생들. 그들에게 공연을 본 소감을 물었습니다.
“무용의 매력이 뭔지 생각하게 됐어요”
김경현 학생
무용이란 몸짓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며 단순하리라 생각했는데, 퍼포먼스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던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오늘 본 공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무대는 <Dare to Wreck: 깨뜨릴 용기>입니다. 하반신 장애를 가진 무용수가 휠체어를 타고 무대를 이끌었는데, '세상에서 노력하면 못 이룰 것이 없다'라는 말이 와 닿는 무대였습니다.
“무용, 언어보다 더 본질에 가까운 표현 방법인 것 같아요”
김이레 학생
현대 무용 공연은 이번이 두 번째였습니다. 흔히 어떤 감정이나 개념이 언어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표현되는 것을 보는 데 익숙하지 않지만, 그 낯섦이 보는 이에게 색다른 해석의 여지와 생각의 방아쇠를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평소에 영상 작품(시각 예술 중 미디어 아트)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길고 알 수 없는 화면들의 연속, 그리고 소리들이 개념의 본질적인 면을 더욱 잘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무용 공연 또한 영상작품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연을 본 후에 “이 공연은 이러이러하다!”라는 정확한 설명이 떠오르지는 않지만, 많은 설명의 여지를 남기고 다양한 생각의 씨앗들을 주었다는 점에서 정말 즐거운 관람이었습니다!
“몸짓의 표현이 짜릿하게 다가왔어요”
윤소율 학생
말 한 마디 없이 몸으로 이렇게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는 데에 놀라웠습니다. 공연 도중 순간순간이 짜릿하게 느껴졌거든요. 몸짓만으로 보는 이에게 감정과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식이 새로웠고, 평소 익숙지 않던 장르의 예술을 이번 기회에 접할 수 있어서 특히 좋았습니다. 시험 기간이라 머리 복잡한 학생들이 대부분일텐데, 이렇게 좋은 공연을 통해 머리 식힐 시간을 준 자양 라이프 아카데미, 감사합니다!
“생생한 교감의 현장에 있는 기분이었어요”
강미선 학생
외국 무용수들과 한국 무용수들의 공연을 동시에 볼 수 있었던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해하기 다소 난해한 부분들도 있었지만 작은 소극장에서 무용수들의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어 더욱 생동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표현하는 동작들이 뒤엉키며 거칠면서 섬세한 표현들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생각하면서 볼 수 있는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예술은 어려운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스스로 예술을 보고 느끼며 그 과정을 즐기게 된 학생들. 놀이공원에서 빠르게 달리는 롤러코스터를 타면 우리는 평소에 느낄 수 없는 짜릿함을 느끼는데요. 그 짜릿한 느낌은 낯설게 다가와 조금은 두려울 수 있지만, 놀이 기구를 즐기기 위해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놀이기구가 주는 즐거움에 푹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술이 전해주는 것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집중하면 새로운 감각에 경험의 세계가 확장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로 자양 라이프 아카데미 학생들처럼 말이죠. 교실 밖에서 예술과 더 가까이 만난 특별한 오늘, 예술을 느끼며 설레고 즐거웠던 하루로 학생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