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작은 행복, 수집가 동원인들의 취향저격 컬렉션 이야기

무언가를 모은다는 것은 많은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 합니다. 켜켜이 쌓인 흔적들을 하나 하나 털어내면 그 사이로 지난 기억이 퐁퐁 솟아오르기도 하죠. 동원그룹에는 자신의 취향을 저격한 아이템을 오랫동안 모으고 있는 수집가들이 있습니다. 코카콜라, 레고, 맥주병. 취향은 각기 달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템을 모은기 위해 애쓰는 마음은 같은데요. 일상의 작은 행복이 되어주고 있는 이들의 별난 취미, 컬렉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수집의 취미, 일상에 작은 변화를 주다

한소영 점장 : 특별한 걸 수집하거나 하진 않았어요. 모으는 걸 그리 좋아하지도 않았고요. 그러던 중 3~4년 전, 친구가 레고 시리즈 중 ‘캠퍼밴’을 선물로 준 거예요. 레고를 워낙 좋아하던 친구이기도 했지만, 그 선물을 받고 나서 레고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죠. 그렇게 처음 제 손으로 구입하게 된 게 바로 ‘몬스터 하우스’예요. 당시 구매할 때 25만원 정도 했는데, 지금은 단종이 되어서 구하기도 쉽지 않죠. 어쨌든 친구 덕분에 레고와 인연을 맺게 됐어요.(웃음)

정준호 주임 : 저도 맥주병을 수집하게 된 계기가 특별한 건 아니었죠. 2012년, 학교를 졸업한 후 다양한 맥주들을 마시러 돌아다니면서 자연스레 하나하나 병을 모으게 된 거니까요. 나중엔 맥주집 사장님과도 친해지게 되고, 해외여행 갈 때에도 희귀한 맥주병들을 수집하는 게 하나의 취미가 되어 버렸죠. 그렇게 50여 개 이상의 병을 모았어요. 특이한 맥주 캔 혹은 맥주병을 보기만 해도 욕심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김근영 차장 : 맞아요. 아무래도 그렇죠? 특이한 것 또한 한정판 패키지 같은 걸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요. 저도 2000년 베이징 올림픽 때, 동네 슈퍼 앞을 지나다가 베이징 올림픽 마스코트가 새겨진 코카콜라 한정판 패키지를 보고는 너무나 사고 싶었죠. 색다른 콜라병, 한정판 패키지 같은 것들을 조금씩 모으기 시작한 것이 지금은 150여점의 수집품들을 가지고 있는 컬렉터가 됐어요. 게다가 코카콜라는 세계적인 마케팅 기업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마케팅 공부도 하게 되고, 업무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다른 분들은 어떠신가요?

정준호 주임 : 예전에 그저 아무런 생각 없이 맥주를 마시기만 했는데, 요즘엔 맥주병의 스타일이나 맥주의 역사와 같은 것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그런 게 예전과 다른 변화라고 할 수 있겠죠. 주변 사람들에게 맥주에 대한 역사나 그 안에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를 알려주면서 더 맛있게 맥주를 즐길 수 있게 된 것도 장점이에요! (웃음)

한소영 점장 : 제 일상에 작은 변화가 있다면, 레고와 관련된 새로운 소식들에 늘 눈과 귀를 열어놓는다는 것이에요. 레고를 수집하는 사람들끼리 모인 커뮤니티가 있는데, 그곳에 새로운 소식 혹은 정보가 올라오면 온 신경이 그곳에 집중되죠. 해외직구를 통해 구입하기도 하고, 그렇게 모은 레고 수집품만 현재 건물 20여 개, 미니 피규어 100여 개 정도예요. (웃음)


수집의 즐거움 혹은 괴로움

정준호 주임 : 맥주병은 레고를 모으는 것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어요. 주류이기 때문에 한국에 들여올 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만 하거든요. 때문에 지인이 해외여행을 갔을 때 조금씩 부탁을 하는 편이죠. 아, 최근에는 유럽 여행을 갔다가 맥주 10병을 사 들고 들어왔는데, 세관에서 검사를 받게 된 거예요. 액체 상태의 물건들이 많이 보이니 의심을 받게 된 거죠. 그렇게 제가 가진 짐을 모두 검사 받았는데, 나온 것은 맥주 10병. 세관 직원도 저도 민망했던 기억이 있어요. 제가 그런 내용들을 잘 몰랐죠.

김근영 차장 : 저는 이런 에피소드가 있어요. 코카콜라의 병뚜껑 안에서 상품을 확인하는 이벤트였는데, 그 당시 상품 중에 하나가 ‘스노우보드 데크’였죠. 욕심이 나서 끈질기게 코카콜라를 마시며 병뚜껑을 확인했어요. 하지만 잘 되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낙담을 하고 있는데, 어느 새 이벤트 기간이 끝나고 온라인 중고용품 사이트에 ‘스노우보드 테크’가 판매되고 있는거예요. 열심히 코카콜라를 사 마시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데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웃음)

한소영 점장 : 저도 기억나는 일이 있네요. 시즌별로 출시되는 미니 피규어 시리즈가 있는데, 한 박스 안에 60개의 상품이 무작위로 들어 있거든요. 시리즈별로 한 세트를 맞추려면 다른 사람과 맞바꾸거나 해야 한답니다. 맞바꾸기가 힘들어 그냥 다시 60개입 한 박스를 구매해버렸어요. 물론, 그 한 박스를 구하기도 너무 어려웠어요.

김근영 차장 : 아, 그 얘기를 들으니 저도 기억에 남는 일이 하나 더 있네요. SNS를 통해서 외국인들과도 많이 소통을 하는 편인데 담배 케이스만 수집하는 한 외국인에게 어느 날, “그 나라의 콜라병 6개를 주면 한국의 담배 케이스 100개를 주겠다”는 제안을 했죠. 그걸 참 쉽게 생각했었는데, 각각 다른 모양의 담배 케이스 100개를 모은다는 거, 참 쉽지 않더라고요. 어쨌든 한 달 이상 걸려서 담배 케이스를 모아 건네줬어요. 그렇게 모은 콜라병 6개가 얼마나 소중했던지요.


무언가를 모은다는 것, 삶을 즐겁게 만드는 일

정준호 주임 : 컬렉터로 살아가는 삶이 나쁜 건 아니지만, ‘오타쿠’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또한 분명 존재하죠. 하지만 그런 시선에 크게 개의치는 않아요. 컬렉터라면 그 분야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 아닐까요? 오히려 ‘프로페셔널’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근영 차장 : 무언가를 수집하고 모은다는 건, 자기만의 방식으로 시간을 기록하는 것 아닐까요? 예를 들어, 2002년의 코카콜라 패키지를 보면 그 당시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거든요. 열심히 지나왔던 나의 시간, 기억, 그런 순간들이 수집품을 통해 다시 되새김되는 것 같아요.

한소영 점장 : 맞아요. 자신의 지난 시간들을 기록하고 스스로 뿌듯해하며 만족하는 것이겠죠. 아, 하지만 이렇게 소중한 시간들이 망가지는 건 원하지 않으니까 명절 때 조카들이 놀러 오면 꼭꼭 숨겨둬요. 망가져도 괜찮은 레고만 내어놓고. (웃음)

정준호 주임 : 바람이 있다면 올해는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 양조장을 둘러보고 독일의 맥주병들을 꼭 모으고 싶어요.

김근영 차장 : 멋진 목표네요. 저는 코카콜라에 관한 책을 써보고 싶어요. 지금까지 수집한 코카콜라 한정판 패키지, 제품들과 연계해 마케팅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보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몇 년 후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한소영 점장 : 저는 2007년에 출시된 레고 제품인 ‘파리 에펠탑’을 가지고 싶네요. 크기만 1m라 집에 둘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꼭 가지고 싶은 것 중 하나예요.

김근영 차장 : 수집은 무언가를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어릴 때부터 우리는 스티커, 딱지, 종이인형 등 모으고 있는 게 참 많았잖아요? 이제는 컬렉터가 되어서 전 세계 사람들과 교류도 하면서 인연이 이어지기도 하는 것이 참 신기하기도 하고, 삶을 즐겁게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무언가를 수집 한다는 것은 수집하는 것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그 물건에 깃든 추억, 의미 때문에 더욱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각자 관심을 가지고 모으고 있는 아이템이 있나요? 만약 없다면 관심 있는 아이템을 정하고 오늘부터 하나씩 모아보는 건 어떨까요? 쌓여가는 물건과 추억에 일상에 작은 행복도 점점 늘어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