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신감 증진을 위한 처방

Trouble: 자존감이 너무 낮아 고민이에요.

어린 시절부터 소심하고 자존감이 낮았는데, 나이를 먹으니 자신감까지 떨어집니다. 무엇을 하든 ‘나는 할 수 없어’, ‘내가 뭘 하겠어’ 하는 패배감이 강해요. 공부도, 일도, 사회생활도 남들은 모두 쉽게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왜 저는 어렵기만 할까요? 누군가 날 칭찬하면 그게 거짓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자신감을 높이는 방법이 있나요?


Answer: 당신이 가장 믿어야 할 사람은 자신입니다.

자신감이라는 것은 하늘에서 뚝딱 떨어지지 않아요. 자라온 환경, 주변 사람들의 한 마디, 스스로의 생각이 쌓이고 쌓여 내 안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만듭니다. 잦은 실패나 거부의 경험은 자신감 부족의 원인이 되기도 하죠. 하지만 명심하세요. 몇 번의 실패가 모든 일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지난 나쁜 경험의 기억은 가능하면 빨리 털어버리세요. 그리고 자신을 믿으세요. 작은 것부터 성공의 기분을 맛보면 자신이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될 겁니다.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경험을 만드세요. 쉬운 방법으로는 등산을 추천합니다. 혼자 산행을 하면 잡생각도 정리가 되고, 자신의 몸에 집중하게 돼요. 그리고 정상을 정복하는 순간 뿌듯함과 성공의 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침 산에 오르기 좋은 계절이군요. 초심자도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산을 몇 곳 알려 드릴게요. 색색으로 물든 가을 산을 오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마음 속 자신에 대한 믿음도 강하게 다져 보세요. 당신을 가장 믿어야 할 사람은 당신 자신이니까요.


쉽게 올라 기암과 황금들판을 조망한다 <서산 팔봉산>

충남 서산시 팔봉면 팔봉산은 태안반도 북쪽에 자리한 야트막한 여덟 개의 봉우리로 서산시 시내버스로도 다녀올 수 있는 산입니다. 꼭대기에 오르면 양길리 일대의 황금색 벌판과 깊숙한 가로림만의 푸른 물결을 내려다 볼 수 있지요. 산행은 보통 남쪽 어송리에서 시작해 8봉부터 올랐다가 능선을 타고 7~1봉 역순으로 양길리 쪽으로 하산합니다.

산세는 어송리를 들머리로 치면 1봉에서 8봉까지 거의 남북 일직선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산을 타다 보면 산세의 아름다움이나 등•하산의 난이도는 산의 높이나 크기와는 무관할 수도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됩니다.

마치 망대처럼 치솟은 암봉들과 이들을 잇는 구간은 설악산의 공룡능선을 방불케 합니다. 가파른 구간에는 밧줄이나 나무 계단들이 잘 설치되어 있어 안전하게 오를 수 있습니다. 또 땀이 나더라도 수시로 발 아래에 펼쳐지는 황금들판과 이어지는 산봉들의 멋진 조망으로 힘든 줄 모릅니다.

팔봉산의 정상으로 치는 3봉은 크고 작은 기암들을 여러 개 포개놓은 것 같이 보입니다. 2봉은 일명 ‘허공다리’라고도 하는 철 계단이 없다면 오를 수 없을 만큼 험하고 가파릅니다.

암봉의 경치는 3봉과 2봉 그리고 1봉, 이렇게 세 봉우리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구멍이 뚫린 바위는 물론이고, 여러 동물 형상을 한 바위들이 눈길을 끕니다. 바위를 휘감아 돌아 오르며 만나는 바위마다 떠오르는 느낌의 이름을 붙여보는 것도 이곳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재미입니다.

제2봉의 아래 쪽에 붙어 있는 이 바위 이름은 무엇일 것 같나요? 생선 우륵을 닮았다고 해서 우륵바위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산 시 어송리 쪽으로 되돌아올 경우, 팔봉산 산행의 묘미라고 할 수 있는 걷기 좋은 숲길이 3.5킬로미터 정도 펼쳐져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숲길에서 만날 수 있는 들꽃들인데요. 산길을 따라 온갖 들꽃들이 피어있어 이들을 감상하며 걷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시계 방향으로 익모초, 미역취, 두메부추, 도라지모싯대 입니다.


억새 숲에서 바람의 노래를 듣는다 <정선 민둥산>

강원도 정선군에 있는 민둥산은 이름 그대로 나무나 바위가 거의 없습니다. 그 대신, 억새군락이 무려 66만여 평방미터나 형성돼 있는 억새 명산입니다. 우리 나라 7대 억새 군락지에 꼽힐 정도로 명성이 높습니다.

어느 작가는 ‘단풍이 가을의 채색이라면 억새는 가을의 판타지’라고 말했습니다. 태양의 마술이랄까요? 가을의 정취는 순방향이 아니라 역방향에서 더 감동을 줍니다. 억새는 역광으로 바라봐야 제 맛. 은빛으로 빛나는 억새의 물결은 한 송이보단 여러 군락을 이뤄야 더 볼만합니다.

등산은 완만한 길과 가파른 길, 두 코스가 있습니다. 그 중 인기코스인 가파른 길을 택하면, 처음에는 낙엽송과 참나무 혼합림 숲길에서 시작하여 정상부 억새 숲에 도달합니다. 제대로 된 억새 밭 경관은 해발 천 미터가 넘는 전망대에서부터 펼쳐집니다.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을 따라 가다가 뒤를 돌아보면 역광으로 빛나는 억새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민둥산 정산 등산 코스는 3개입니다. 1코스는 앞서 소개한 증산초등학교 앞에서 출발하는데 완만한 길일 경우는 정상까지 약 3.2킬로미터에 2시간 가량, 급경사 길은 2.6킬로미터에 1시간30분 가량 걸립니다. 2코스는 능천 주차장에서 시작해 정상까지 2.7킬로미터에 1시간 30여분 걸리며, 3코스는 방향이 다른 북서쪽 남면 유평리 삼내약수의 삼거리 갈림길에서 오르는 것으로 4.9킬로미터에 2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3코스 들머리인 삼내약수를 날머리로 도착 즈음 단풍이 살짝 든 숲길 풍경의 모습인데요. 정말 고즈넉하고 아름답습니다. 정선군에서는 매년 가을 억새축제를 여는데 올해는 9월 18일부터 11월 1일까지로 지금 한창 축제 중입니다.


가장 북쪽 고산이라 멀지만 이색 체험 <인제 대암산>

강원도 인제군의 서화면 깊은 산 속, 아름다운 폭포와 작은 계곡이 있는 대암산은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중 하나입니다. 또한 정상에 위치한 고원 분지의 습지 용늪이 생태적인 가치가 높아 1989년 자연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1997년에는 국내 제1호 람사르 협약 습지로, 1999년에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현재는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용늪은 서북쪽에서 동남쪽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데요. 이 늪은 학술적인 가치는 물론 수생식물인 조름나물, 비로용담, 북통발 등 희귀한 특산식물의 자생지로 이를 포함해 163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또 곤충도 참밀드리 메뚜기, 애소금쟁이 등과 같은 진귀한 종이 관찰되어 우리 나라 희귀 생태계의 보고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대암산 탐방은 매년 5월 16일~10월 31일 사이 하루에 100명의 등산객 출입만을 허용합니다. 인제군 탐방로는 지역주민 안내인 인솔로 울창한 숲을 이룬 옛 임도를 따라 올라와 대부분의 탐방객들은 인제군 탐방로를 선호합니다. 용늪 주변의 길은 비가 많이 올 경우 토사가 용늪으로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모두 큼직한 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암산 정상은 용늪전망대에서 약 40여분을 더 가야 하는데, 도솔봉과 솔봉에서 오는 등산로가 합쳐져 정상에 이릅니다. 큰 바위로 이뤄진 정상에 올라서면 북쪽으로는 양구군의 해안분지, 일명 펀치볼이 내려다 보이고, 동쪽으로는 백두대간이 병풍을 이루고 있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1시 방향으로 희미하나마 북한의 금강산도 볼 수 있습니다.

10월 초 이곳은 벌써 단풍이 이렇게 절정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아래의 꽃들은 작년 10월 탐방 길에 발견한 아름다운 들꽃들로 순서대로 쑥부쟁이, 쇠서나물과 개망초 군락, 구절초입니다.


가을철 산행 시 유의 사항

복장

언제 어느 산이라도 등산화와 긴 팔 상의와 긴 바지를 착용하고 모자를 쓰는 게 좋습니다. 나뭇가지나 풀들에 상처를 입는 것을 방지하고 뱀이나 해충들에 물리는 것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팔일 경우 토시를 착용해 보완할 수도 있겠지요. 또 산행의 규모에 맞는 배낭도 꼭 맬 것을 권합니다. 방풍 재킷과 우의, 간식과 비상식, 간단한 응급처치 의약품을 넣는 기능도 있지만 미끄러지거나 불의의 추락사고 때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요즘같이 일교차가 심한 때는 반드시 산행 후 갈아입을 내의나 중의를 여벌로 갖고 가는 것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준비물

완만히 걷는 산행에서는 스틱을 사용함으로써 안전을 돕고 과로를 예방하는 지혜일 것입니다. 하지만 스틱으로 길을 파헤치거나 풀숲을 파괴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고, 옆 사람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사용과 휴대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또 조그만 스테인리스 컵을 휴대하면 약수를 떠 마시거나 차를 마실 때 편리합니다. 한편, 가을철 기성인 독성을 가진 해충들의 습격에 대비하여, 방충제 등을 준비해 바르고 뿌리거나 휴대하는 것도 권장합니다. 또 접이식의 작은 의자를 휴대해서 산행 중 휴식 시에 땅에 직접 앉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진드기 같은 해충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이 밖에도 산행 거리와 자신의 식습관에 맞게 충분한 식수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물은 갈증이 나기 전에 조금씩 목을 축이는 게 좋고요. 그리고 비닐 봉지를 휴대해 발생하는 쓰레기는 꼭 다 담아와 버리도록 하는 것을 습관화해야 산의 자연 경관이 파괴되지 않고 생태계도 건강할 것입니다.


한승국 / 등산 칼럼니스트
  • 1988년 산문집 <쇠소리 사람소리>
  • 1990~2011년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사보, 기내지 제작 총괄)
  • 2000년부터 여행기, 2005년부터 週刊 들꽃 e메일 운영 중
  • 2008년부터 매년 야생화 사진집 겸 週間 캘린더 <사계절 우리 들꽃> 제작 중
  • 2010년 3월부터 조선미디어 월간 山지 <꽃남 한승국의 조곤조곤 산행기> 연재 중
  • 2011년 12월 31일 은퇴 후 자유기고가,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
  • 2012년 10월 19일 조선일보 <나, 또 다른 나> 칼럼 주인공
  • 2013년 12월 4, 8일 EBS TV <성공 인생후반전-제62회> 주인공
  • 2015년 9월 6일 KBS 2TV <영상앨범 산-제491회> 주인공
  • E-mail. hanseungguk@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