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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의 단풍길 산책 처방

Trouble: 다정한 부녀 사이가 되고 싶어요

워낙 무뚝뚝한 성격인데다, 사춘기 이후 아빠와는 거의 대화를 안 하고 지냈어요. 그런데 엄마께서 아빠가 저와 친해지고 싶어한다고 귀띔을 하시더라고요. 사실 저도 아빠와 친밀하게 지내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웠거든요. 그런데 데면데면하게 지낸 시간이 길어서 어떻게 해야 아빠와 친해질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어색하지 않게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 있을까요?


Answer: 아빠랑 단풍 구경 안 갈래요?

아빠와 딸의 관계는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연인처럼 친밀한 부녀가 있는가 하면, 서로 말 한마디도 나누는 게 어색한 가족도 있더라고요. 그래도 늦지 않게 따님과 아버님이 큰 용기를 낸 것 같아 다행입니다.

사람 사이를 친밀하게 만드는 것 중 으뜸은 시간을 공유하는 겁니다. 네, 함께 부대끼며 보내는 시간이 길수록 관계는 더욱 가까워지기 마련이죠. 이번 주말에는 가족들에게 나들이를 제안해보세요. 날씨도 선선하고, 마침 가을이 한창이잖아요. 단풍이 좋은 길목에서 아버님께 살짝 산책을 권해보면 어때요? 둘이서 내딛는 첫걸음은 어색하겠지만, 단풍을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산책이 끝날 즈음엔 아빠가 한결 가깝게 느껴질걸요!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산책하기 좋은 단풍길들을 모아보았습니다. 부디 조금만 더 용기 내셔서, 산책 후 더욱 다정한 부녀 사이가 되길 기대할게요!


단풍축제와 국화축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가장 먼저 소개해 드릴 곳은 연인들의 대표적인 데이트코스로 꾸준한 인기를 받고 있는 경기도 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입니다. 축령산이 품은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수목원을 배경으로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선사하는데요. 봄에는 봄꽃이, 여름에는 수목이, 겨울에는 눈꽃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면, 가을에는 곱게 물든 산자락을 보며 단풍놀이에 그만이지요.

수목원내에는 크고 작은 정원과 길이 조성되어 있는데요. 가을에는 아침고요산책길, 하늘길, 하늘정원, 한국주제정원, 서화연의 주변이 걷기 좋답니다. 하지만 이곳은 어딜 가도 그림이라, 굳이 어디라고 꼽지 않아도 온통 단풍빛이 가득해 황홀경을 만들죠.

서화연을 지나 조금만 더 걸어가면 경사진 곳에 자리한 한국정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은 양반집 대가인 한옥이 있는 정원인데요. 주변이 탁 트인 대청마루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답니다. 10월 16일까지 이곳 주변에서 들국화전시도 펼쳐진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아침고요수목원의 메인정원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하경정원은 겨울날 화려했던 불빛정원으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가을날 이곳은 화사한 국화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곳은 단풍축제 못지 않게 인기가 높은 스팟이기도 합니다. 알록달록 빼곡한 국화들이 단풍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하죠. 그윽한 국화향과 함께 매혹적인 자태에 연신 감탄이 쏟아지는 곳입니다.

10월에서 11월까지 아침고요수목원은 하늘길의 하늘 높이 솟은 낙엽송 군락이 노랗게 물들어 우수수 낙엽이 떨어지면서 가을 풍경의 절정을 이루는데요. 히어리, 은행나무, 계수나무, 단풍나무 등은 각 정원의 가을꽃들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뽐내니 사랑하는 이와 손잡고 가을낭만의 정취를 만끽해보시길 바랍니다.


가을 낭만의 섬으로~ ‘춘천 남이섬’

다음으로 소개해드릴 곳은 강원도 춘천의 ‘남이섬’입니다.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 이후 많은관광객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죠. 드라마 때문이 아니더라도 남이섬에는 특유의 분위기와 낭만이 있는 곳이랍니다.

남이섬은 나무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나무들이 함께하는 곳인데요. 그래서 계절의 변화를 더욱 잘 느낄 수 있는 곳이지요. 가을에는 입구에서부터 붉은 물결이 하늘을 뒤덮는 단풍나무가 맞이해주고요. 맑고 고운 빛의 은행나무길과 메타세콰이어길은 단연 최고의 인기 스팟입니다.

이곳 은행나무길에서는 떨어진 낙엽을 치우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금 늦은 가을날이면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낙엽길도 걸을 수 있지요. 바스락거리면서 걷는 은행나무길은 색다른 경험을 선사합니다.

메타세콰이어길도 남이섬의 가을을 생각하면 으레 손꼽는 명소입니다. 70년대초 서울대학교 농업대학에서 가져온 묘목을 심은 것이 시작이라는데요. 성장이 빨라서 지금은 우람한 나무길이 되었죠. 사시사철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메타길은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명소로 알려지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웨딩 촬영지로 인기가 높은 길입니다.

변함없는 인기만큼 메타세콰이어길에서 사진을 담기란 그리 쉬운 길이 아닙니다. 나란히 이어진 이국적인 풍경이 멋진 촬영포인트가 되어 누구나 사진을 담으려고 하다 보니 당연한 결과인데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남이섬에서 하루를 묵으며 새벽 물안개가 자욱할 때 사진을 담아보시길 추천드려요.

이곳에서는 남이섬을 둘러싸고 있는 북한강의 풍경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주변 산자락이 물들면서 북한강도 붉게 변하는데요. 아침, 저녁으로 물안개를 머금어 더욱 맑고 고운 빛의 단풍을 만날 수 있답니다.

남이섬에는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20여개의 공원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주제정원, 이야기정원 등 정원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고, 연못, 산책길을 걸으며 가을을 만끽해 보는 것도 참 좋겠죠?


거목이 가을을 노래하는 ‘아산 공세리성당’

고색창연한 성당과 아름다운 고목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CF를 보았다면 대부분 아산 공세리성당일 것입니다.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아름드리 나무와 건물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쏟아내게 하는데요. 푸른 숲과 함께하니 어느 계절이나 좋지만 특히나 가을에는 단연 최고의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옛 아산 지방은 조운선을 이용해 전국에서 거둬들인 조세미의 보관창고가 있던 곳입니다. 그곳에 마을민가를 교회당으로 사용하다 본당을 완공할 때, 지역의 명물로 많은 구경꾼들이 몰려왔었다고 하는데요. 100여년의 시간을 함께한 역사의 장소이자, 지금은 찾는 이들에게 편한 안식처가 되어주는 곳입니다.

가을이 짙어지면 주변의 느티나무, 은행나무, 보호수 등이 고운 빛으로 옷을 갈아 입는데요. 400년 이상 된 고목들의 웅장함과 천주교 성전의 조화는 가히 한 폭의 명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본당과 성지박물관 사이에선 노란 빛의 고운 은행나무가 하늘을 뒤덮고 있는데요. 서로의 가을빛을 시샘하기라도 하듯 고목들의 가을 노래를 듣고 있으면 하루가 다르게 흘러가는 가을이 아쉽기만 합니다. 작은 바람에 후두둑 떨어지는 낙엽비를 맞으며 그렇게 시간을 어루만지는 시간은 공세리 성당만이 주는 축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본당 주위를 모두 둘러 보았다면, 뒤편에 호젓한 십자가의 길을 걸어보세요. 발 아래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가 몸도 마음도 맑게 깨워줄 것입니다.

문화재와 많은 국가보호수가 함께하여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대표되는 공세리성당. 이미 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알려진 명소이기도 한데요. 어느 계절보다도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가을날에 꼭 들러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