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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한 마음을 채워주는 처방

Trouble: 타지 생활을 하며 마음이 허전합니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 거주한지 8년이 되어갑니다. 가끔 외로움,공허함이 찾아와서 너무 힘 듭니다. 특히 퇴근 후 혼자 빈집에 들어 갈 때 공허함을 많이 느껴요.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허전함은 사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읽으며 저의 마음을 채워줄 책이 있을까요?


Answer: 외롭고 허전한 마음을 위로하는 처방책 <나의 사적인 그림>

아마도 혼자이고 외롭기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이겠지요. 만날 이가 없을 때는 예술만큼 좋은 것이 없답니다. “견딜 수 없는 일이 일어 나는 세상에서 그래도 우리를 견딜 수 있게 하는 것은 예술이다” 라고 니체가 말했어요. 얼마 전 어느 늦여름에 저도 공허한 마음이 들어 미술관에 가서 전시회를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미술관은 저의 퇴근 시간 전에 문을 닫는다는 걸 알았어 요. 그래서 책방에 앉아 <나의 사적인 그림>이라는 제목의 책을 펼쳐보았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우지현 씨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자 글을 쓰는 작가인데요, 이번 책에는 삶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80여 점의 미술 작품과 일상을 위로하는 글을 담았습니다. 유명한 그림들도 있지만 숨겨진 아름다운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림에 관한 책 이 라고 하면 흔히 미술사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을 선정해서 올바르게 감상하는 방법을 안내해주는 방식을 생각하기 쉽지만,이 책은 그런 틀에 박힌 형식이 아니었어요.

책에 실린 그림들은 인쇄 상태와 배치가 좋은데요. 그림에서 연상되는 사연들을 저자는 일상과 연결하여 솔직하게 풀어놓고 있어요. 마치 매일매일 일기를 써 내려가듯 사적인 일과들을 그림과 함께 자유롭게 풀어놓아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조르주 피에르 쇠라의 그림 ‘그랑드 자드 섬의 일요일 오후’를 통해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우지현 저/ 책이있는풍경 ⓒ책이있는풍경

결국 인생은 점묘법으로 그리는 그림이 아닌가 싶다.
날마다 찍는 점들이 쌓여 인생이라는 하나의 그림은 완성된다.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가는 이들이 다름 아닌 화가이며,
고로 우리는 각자 인생의 화가이다.


이 책을 안고 지하철을 탄다면 출퇴근길이 지루하지 않을 겁니다. 퇴근 후 카페에서 짤막한 한 챕터를 아무렇게나 펼쳐 읽어도 마치 좋은 친구와 여행하는 느낌이 들 거예요.


북큐레이터 김이듬 시인은 일산 호수공원 인근에서 <책방 이듬>을 운영하며 책 큐레이션과 문화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