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estro Leadership 지휘자 서희태
동상이몽(同床異夢),
모두의 꿈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조직 내 모든 구성원이 같은 금형에서 찍어낸 것처럼 똑같은 사람들이라면, 그 조직의 성과 역시 눈에 보이는 뻔한 결과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각 구성원의 장점을 결합해 최고의 팀플레이를 완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클래식 음악과 함께 세상 구석구석 ‘마에스트로 리더십’을 전파해온 서희태 지휘자를 만나 그 답을 찾아본다.
마에스트로 리더십에서 배운다
연주자와 관객을 춤추게 하며 클래식을 대중 곁으로 돌려놓은 서희태 지휘자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최고의 리더다. 지난 12월 19일 서초문화예술회관 아트홀에서 열린 송년음악회 ‘ADIEU 2018 Greatest Harmony’를 앞두고 리허설에 한창인 서희태 지휘자를 만났다.
“12월에만 8개의 공연이 있어요. 매일 리허설과 합주연습이 이어지는 만큼 몸은 좀 고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고 또 잘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으니 행복해요.
‘오케스트라’는 함께 연주한다는 말이에요. 우리 단원 중엔 꼭 고무신만 신는 괴짜도 있고, 머리를 노랗게 하고 다니는 연주자도 있어요. 요즘엔 국내 오케스트라에서도 외국인 단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요. 각양각색의 개성 강한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 오케스트라이지만, 합주를 시작하면 아름다운 하모니가 됩니다. 다루는 악기뿐만 아니라 개성, 가치관, 역량이 모두 다른 오케스트라 단원을 이끄는 지휘자는 확고한 리더십과 소통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한국 최초의 클래식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달고 전국에 클래식 열풍을 일으켰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서희태 지휘자는 배우 김명민이 연기한 강마에를 빚고, 드라마 전반의 음악을 담당했다. 클래식과 대중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자 서희태 지휘자는 야외무대, 대학 캠퍼스, 교통방송 라디오 등 장소를 불문하고 관객이 부르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아이들이 떠들어도 화내지 않는 음악회>, <클래식, 댄스를 입다> 등 획기적인 콘셉트로 관객을 불러모으기도 했다.
2011년 김연아의 피겨세계선수권대회 음악인 ‘오마주 투 코리아’도 그가 기획한 작품이다. 우리 전통가락 아리랑을 오케스트라로 재현한 ‘오마주 투 코리아’는 소프라노와 창 등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신선한 조합으로 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좋은 일이라면 뭐든 기꺼이 힘을 싣는다. 자신의 삶이 클래식으로 행복해졌듯, 다른 사람의 인생도 행복으로 채워주고 싶어서다.
연주자가 춤추게 하려면 내가 먼저 즐거워야죠!
검은 정장이 아닌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연주 도중 벌떡 일어나 춤추는 연주자들, 다이내믹한 조명과 영상이 가미된 무대, 지휘자의 쉽고 유쾌한 해설, 즉석 탬버린 연주로 공연에 참여하는 관객들···. 일반 클래식 공연장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연출이 가미된 이 오케스트라 공연은 서희태 지휘자가 창단한 ‘놀라온 오케스트라’의 모습이다.
‘놀라온’은 순우리말 ‘놀(놀자)’과 ‘라온(즐거운)’의 합성어로 ‘클래식과 즐겁게 노는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뜻한다. 놀라온 오케스트라가 ‘제대로 놀게’ 하는 데 서희태 감독의 리더십이 큰 힘을 발휘했다는덴 이견이 없다. 70명의 단원을 모아 전에 없던 형식의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쉽진 않았다. 정통 클래식을 공부했던 단원들에게 연주 도중에 깜짝 퍼포먼스를 하자고 설득하는 데만 8개월이 걸렸단다
관객과 연주자, 지휘자 모두가 즐거운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싶었어요
지휘자는 관객에게서 등을 돌리고 서 있으니, 제 행복한 표정을 제일 먼저 보는 사람은 연주자거든요. 교감하려면 서로 눈을 보고 집중해야 하니, 더욱 철저히 연습해서 악보에서 눈을 떼게 했어요. 사실 악보를 외운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처음엔 불평하던 단원들도 한층 자유로워진 시선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체감한 뒤로는 ‘더 할 일 없느냐’며 또 다른 도전거리를 찾아 나서더군요.
오케스트라와 회사, 리더의 역할
클래식과 오페라를 제대로 이해하면 삶의 지혜와 경영이 보인다. “브르크너 교향곡 7번의 연주시간 75분간 심벌즈 연주가는 딱 3번 연주해요. 그렇다고 바이올린 연주자와 심벌즈 연주자가 다른 월급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바이올린 연주자는 수백 개의 음표 가운데 수백 개를 틀려도 관중들이 잘 모르지만, 심벌즈 연주가는 3번 중 한 번만 잘못하면 큰일이 납니다. 심벌즈와 바이올린의 역할을 이해시키는 것이 지휘자의 역할입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허구한 날 노는 것처럼 보이는 직원이 있는 반면 발에 땀띠가 나도록 뛰는 직원이 있다. 이를테면 현장에서 활약하는 기술직이나 영업사원이 그럴 것이다. 그런데 보통 회사의 사장은 그 영업사원의 이름도 모른다. 기획실에 있는 사람은 1년에 성과 하나만 내도 이름을 불러주고 포상금도 주고 말이다. 자칫 오해와 불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이런 메커니즘을 구성원들에게 잘 이해시키는 게 바로 리더의 역할이다.
좋은 리더는 구성원끼리 서로 소통하게 하는 사람이겠지요
역할이 다르다고 누구는 놀고
누구는 고생한다고 생각한다면 전체적인 조화는
무너지고 맙니다.
서로의 역할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고 화합하도록 이끌어나가는 사람이 바로 조직의 지휘자인 경영자라고 생각해요.
들러리는 없다! 다름이 어우러진 감동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을 방방곡곡 알려온 서희태 지휘자가 창립 50주년을 맞는 동원그룹 임직원들에게 ‘새 출발’에 어울리는 곡을 추천해줬다.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할 땐 요한 스트라우스의
<황제 왈츠>를 들어보세요.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레코드 가게에서 처음 산 테이프가 바로 이 곡인데요. 오케스트라의 합주가 마치 우주의 소리처럼 느껴졌죠. 관악기, 타악기, 현악기가 모인 오케스트라 연주는 ‘하나의 소리’가 아니라 ‘어우러짐’이잖아요. 모두가 같다면 결코 느낄 수 없는 풍성한 감동이죠.”
삶의 지휘자이자 오케스트라 단원
여러분도 자신의 삶에서 지휘자이자 오케스트라의 단원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차이를 조화시키려는 노력이 있을 때 나만의 가치로 질주하던 삶은 더 다양한 음계와 박자, 리듬을 가지며 변주되거든요.
동원그룹에는 20개에 달하는 계열사가 있다고 들었어요. 저마다의 강점을 보유한 각 계열사의 구성원들이 ‘우리는 하나’라는 일체감 아래 서로의 개성을 살리며 어우러진다면 결과도 분명 근사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