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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푸드] 여봐라! 조반으로 죽을 내오라~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속편한 아침을 책임진 ‘죽(粥)’

알람 소리에 놀라, 분주히 뛰쳐나가는 아침마다 물 한 컵으로 허한 속을 달래는 현대인들! 영양은 물론 먹기도 간편해 아침 건강식으로 급부상한 ‘죽’은 직장인 조반으로 인기만점 메뉴다. 아침마다 유아독존 존재감을 발휘하는, 죽의 파죽지세는 600여 년 전 조선시대부터 시작됐다. 왕은 물론 서민들의 든든한 아침을 책임진, 죽을 대령하라~


아침에는 ‘죽’만한 게 있나!

농경문화권에 속해 있는 우리나라가 밥이나 떡보다 앞서 만든 음식은 바로 죽이다. 물과 곡물을 넣어 오랫동안 끓여냈기 때문에 죽은 밥보다 소화가 잘 되고 영양소 흡수가 빠르다. 그러한 연유로 우리는 흔히 아프거나 소화기능이 떨어졌을 때, 혹은 아이들이 막 이유식을 시작할 때 먹는 음식으로 죽을 떠올리고는 한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는 아침에 밥 대신 죽이나 미음을 먹는 문화가 형성돼 있었다. 궁중이나 양반, 서민 모두에게 죽은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보양식이자 흔한 아침 식사로 발달됐다는 증거는 옛 문헌에서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책을 들춰보던 호기심 충만한 미스터 동원 씨는 조선시대로의 시간 여행을 떠날 참이다.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그곳! 시대도 신분도 초월한 죽 예찬론자들이 모인 현장을 찾아 떠났다.

* 이 가상 대화는 문헌을 바탕으로 했으며, 조선 전기와 후기의 구분 없이 ‘죽’에 대한 기록을 언급한 인물 및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글임을 밝힙니다.


1# 학자들의 ‘죽’에 대한 담론

  • 허준

    다들 아침은 먹고 왔는가?

  • 이덕무

    속이 허한 채로 아침 일찍 길을 나서는데 골목마다 죽을 파는 장사꾼들을 쉽게 볼 수 있더군. 서울 시녀(市女)들의 죽 파는 소리가 개 부르는 듯할 정도야. 왕에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아침으로 두루 즐기는 음식으로 죽이 으뜸이 아닌가 싶네.
    -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 中

  • 허준

    이 사람~ 베스트셀러인 나의 <동의보감>을 못 봤나!

    '백죽(白粥)'이라 하여 조반으로 죽을 먹으면 정신이 맑아진다는 구절을 적어놓지 않았나.
    - <동의보감(東醫寶鑑)> 中

  • 서유구

    어디 죽의 좋은 점이 그것뿐이겠는가. 부드럽고 매끄러워 위장에 좋은 죽을 이른 아침에 먹게 되면 열 가지의 이로움이 있다네.

    아침에 먹는 죽은 혈색과 기운을 돕고, 수명을 늘리지. 뿐만 아니라 몸을 안락하게 하고, 말을 잘하게 하며 풍증을 없애고, 음식을 잘 내리게 한다네. 또한, 죽을 챙겨 먹으면 말소리가 맑고, 주림을 제하고, 갈증을 없앤다는 것을 명심하게나.
    - <임원경제십육지(林園經濟十六志)> 中 죽십리(粥十利)

2# 학자들 틈에 등장한 필부필부

  • 지나가던 스님

    학자님들, 문헌의 기록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식문화에는 아침에도 죽을 챙겨 먹던 흔적을 쉽게 볼 수 있지요. 불교에서도 '죽반(粥飯)'이라 하여 아침에는 죽을 먹고, 낮에는 밥을 먹는 것이 오랜 관습으로 되어 있습니다.

  • 장금이

    첫 끼니를 들기 전에 공복이었던 속을 달래는 것을 자릿조반이라 부르는 풍습이 있죠. 궁중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초조반, 조반, 낮것상, 석반, 야참 등 다섯 번의 식사를 올렸는데, 초조반은 죽을 내어 왕족의 속을 달랬답니다.

    평상시에는 이른 아침에 죽을 먹었지만 왕비나 왕족은 국상이 있으면 죽으로 연명하기도 했습니다.

  • 장돌뱅이

    양반가나 궁에서는 죽에 이것저것 산해진미 재료를 넣어 보양식이나 별식을 만들어 먹었지만 서민들은 먹을 것이 부족해 구황음식으로 배고픔을 달래려 죽을 먹었지. 그것도 없어서 못 먹었어! 타락죽(駝酪粥)이라고 들어는 봤는가? 글쎄 그 값비싼 우유로 만든 죽이라네. 왕이나 연배 높은 고관들에게만 끓여 바쳤다지. 그 맛이 상상조차 안 되는군.

  • 서유구

    물론 궁궐에서는 최고급의 식재료로 수십 가지의 죽을 즐겼던 게 사실일세.

    하지만 서민들의 솜씨도 만만치 않았지. 채소와 나물, 견과류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죽을 해 먹었는데 무죽, 시금치죽, 냉이죽, 잣죽, 참깨죽, 연밥죽 등은 생각만해도 담백하고 건강할 것 같네. 백합이나 매화 등 꽃을 죽에 넣기도 했다네. 매화 꽃잎을 눈 녹은 물에 삶아 먹었다는 조상들의 정취는 그야말로 경이롭지 않은가.
    -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中

3# 시간초월자 미스터 동원의 깜짝 등장

  • 미스터 동원

    저… 말씀 중에 죄송한데…

  • 실학자들, 장금이, 장돌뱅이, 스님

    (일동 놀라며) 아니 대체, 뭐 하는 자인가?

  • 미스터 동원

    설명하자면 너무 긴데요 

    선조들의 수백 년 후 후손들도 바쁜 아침에 죽을 즐기고 있답니다. 빵보다 속이 편하고, 소화도 잘되니까요. 그리고 장돌뱅이 님께는 선물로 이걸 하나 드리고 가고 싶네요.

  • 장돌뱅이

    고구마우유죽? 이것이 무엇인가! 양반죽?
    이거 양반들만 먹는 귀한 것일 텐데…

  • 미스터 동원

    타락죽처럼 우유가 들어간 달콤하고 든든한 죽이에요. 21세기에는 누구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양만점 죽이랍니다. 사양 말고 받아주세요. 여러분 것도 모두 챙겨왔습니다.

  • 장금이

    그 맛이 참으로 궁금합니다. 젊은이께서 좋은 선물을 주셨으니 장금이로서 죽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일러드리지요.

    고종께서 재위하실 때, 죽 상차림으로 물김치인 동치미와 마른 찬, 맑은 찌개를 소반에 간단히 차려 드셨답니다. 21세기라는 곳의 후손들도 그 간단하다는 죽과 찬을 챙겨 먹는다면 죽의 맛은 더욱 일품일거라 생각됩니다.

조선 말기 죽 상차림의 찬물들
  • - 마른 찬 : 어포 · 육포 · 암치보푸라기 · 북어보푸라기 · 자반 등
  • - 조미 : 소금 · 꿀 · 청장 등
  • - 맑은 찌개 : 소금이나 새우젓으로 간을 맞춤

시계 알람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깬 미스터 동원은 지각을 면하기 위해 헐레벌떡 출근 준비를 하며 전자레인지에는 3분 타이머의 양반죽이 데워지고 있다. 띵! 소리와 함께 다 데워진 죽을 꺼내 아침 밥상에 앉자 어젯밤 열의 넘쳤던 ‘죽 예찬론’이 떠올라 피식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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