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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다큐] 속도왕 참치,
평생을 전진하는 질주 본능

‘다랑어’, 흔히 참치로 불리는 물고기의 공식 국명이다. 물고기가 물속에서 헤엄치며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다랑어는 다른 물고기와 다른 생물·생태학적 특성이 있다. 바로, 쉬지 않고 헤엄을 치는 것이다. 글_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선임연구원 권혁준


일반적으로 물고기는 이동을 위해 헤엄을 치는데, 단순히 장소를 옮기기 위한 것도 있고 먹이를 쫓아가기 위한 것도 있다. 하지만 휴식이 필요하거나 잠을 자야 할 때는 헤엄을 치지 않고 제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다랑어와 다른 물고기의 차이점이다.


Q

다랑어는 휴식하거나 잠을 자면서도 헤엄을 친다. 최대 50여 년을 살아가는 다랑어가 계속 헤엄치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숨 쉬는 것과 관련이 있다. 물고기는 물을 입으로 넣고 아가미구멍으로 내보낸다. 물이 아가미구멍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얇고 부드러운 새엽(gill filament)을 통과하게 되는데, 그 사이에 물속에 녹아 있던 산소가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보통 다랑어는 1초에 자신의 몸길이만큼 움직여야 숨을 쉴 수 있다고 하니 결국 산소가 풍부한 물을 입으로 넣기 위해 평생 빠른 속도로 헤엄을 쳐야 한다.

다랑어는 아가미 근육이 발달해 있지 않아 숨을 쉬기 위해 끊임없이 헤엄치며 입속에 물이 잘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 특히 넓은 대양에서 살아가는 다랑어는 평소 무리를 지어 먹이를 쫓거나 포식자를 피하려고 빠른 속도로 헤엄치는데, 그 과정에서 몸에 있는 산소 소비가 심해 그만큼 많은 양의 산소를 보충해야 한다.


Q

평생을 헤엄쳐야 하는 다랑어는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바다를 누비는 것일까?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 다랑어는 최대 70km 속도로 헤엄칠 수 있다고 한다. 사람 중에서 가장 빠르다는 육상선수 우사인 볼트의 최고 속도가 44km, 포유류 중에서 가장 빠르다는 치타의 최고 속도가 110km라고 하니, 단순 비교해도 다랑어의 속도가 엄청나다. 공기보다 저항이 강한 물속에서 그런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과 먹이를 쫓거나 포식자를 피하는 찰나의 순간속도는 160km라고 하는 걸 보며 경이롭다.

  • 70km
    순간속도 160km
  • 44km
  • 110km

사실 물고기 중에는 다랑어류보다 더 빠른 물고기도 있다. 새치류의 백새치와 돛새치는 110∼130km로 다랑어류보다 빠르며, 상어류의 청상아리와 청새리상어도 약 70∼75km로 다랑어류와 비슷하다. 그렇지만 순간적으로 헤엄칠 수 있는 다랑어가 수영 능력이 더 뛰어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Q

대양의 뛰어난 수영선수 다랑어는 어떻게 물속에서 빠르고 지속적으로 헤엄칠 수 있을까?


Point 1  유선형 몸! 작은 비늘! 강력한 꼬리지느러미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물속에서 마찰을 최대한 적게 만드는 유선형의 몸과 작은 비늘, 강력한 추진력을 내는 꼬리지느러미이다. 전 세계 3만여 종의 물고기는 다양한 모양을 가지며 진화했고, 다랑어처럼 물속에서 빠르게 헤엄치는 물고기들은 물의 저항을 최소화한 모양을 가지게 되었다. 다랑어의 몸은 머리에서 꼬리 쪽으로 길쭉한 유선형을 나타내며 물의 저항을 받을 만한 부분이 없어 물속에서 헤엄치는 동안 속도의 줄어듦이 적다.



또한, 물고기의 피부 바깥쪽에는 비늘이 덮여 있는데 일반적인 물고기의 비늘은 크고 결이 느껴질 정도로 울퉁불퉁하지만, 다랑어는 비늘이 작고 피부에 파묻혀 있어 물의 저항이 거의 없다. 엄청난 힘을 내도록 넓고 단단한 꼬리지느러미도 한몫을 한다. 물의 저항을 이겨내고 전진할 수 있는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랑어는 외형적으로 물속에서 빠르게 헤엄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Point 2  붉은색의 강력한 근육 두 번째는 오랜 시간 동안 지속적인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강력한 근육이다. 물고기의 근육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바로 흰색 근육과 붉은색 근육이다. 흰색 근육은 짧은 시간 순간적인 움직임에 사용되지만, 붉은색 근육은 긴 시간 오랫동안 움직이는 데 사용된다.


미오글로빈 함량 차이로 나타난 생선 근육색

근육 색의 차이는 ‘미오글로빈(Myoglobin)의 함량’ 때문이다. 미오글로빈은 피를 통해 운반되는 산소를 근육 속에 저장해 놓고 있다가 유산소운동이 일어날 때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흰색 근육은 미오글로빈이 적고 붉은색 근육에는 많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회로 먹는 넙치(광어)나 조피볼락(우럭)은 흰색 근육을 가졌지만, 다랑어는 흰색 근육과 붉은색 근육을 모두 가지고 있고, 특히 붉은색 근육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바로 이점이 다랑어가 오랫동안 헤엄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다랑어가 넓은 대양의 긴 거리를 헤엄치려면 산소 소비가 많이 요구되지만, 붉은색 근육에는 산소가 충분히 포함되어 있어 빠르고 오래 헤엄쳐도 문제가 없다.


Point 3  근육과 연계된 림프 혈관, 꼿꼿한 지느러미 탄생 마지막으로는 2017년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알려진 사실이다. 일반적인 림프계는 면역반응과 항상성에 대한 기능을 나타내지만, 물고기에게는 등지느러미 내부의 림프 혈관이 근육과 연계돼 지느러미의 강도를 높여 물속에서도 꼿꼿이 서 있을 수 있도록 한다. 지느러미가 세워진다는 것은 물속에서 빠르게 헤엄치는 중에도 안정적이고 정교한 움직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다랑어는 빠른 움직임 속에서도 순발력을 가지도록 몸을 조정하는 능력을 갖췄고, 이를 통해 항상 빠르고 쉼 없이 헤엄을 칠 수밖에 없도록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지느러미가 꼿꼿하게 세워지면 물속에서 빠르게 헤엄칠 때 안정적이고 정교한 움직임이 가능하다.


다른 물고기보다 크기만 크다고 생각한 다랑어가 사실은 대양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스스로의 단점을 장점으로 진화시킨 물고기였다. 평생을 헤엄쳐야 한다는 것이 단지 죽지 않으려 숨을 쉬기 위한 행동이었지만, 다랑어는 더 빠르게 헤엄쳐 속도왕이 되었고 더 뛰어난 순발력을 가지도록 자신의 몸 구조를 이용하며 질주본능을 멈추지 않았다. 이러한 진화는 다랑어의 생존일대기 축소판으로 보인다. 지금 이 시각에도 드넓은 대양에서 멈추지 않고 질주하는 다랑어를 생각하면 우리 역시 평생을 앞을 보고 달려가면서 맞이하게 될 여러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영감을 얻게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