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가족 그리기

가족은 최초의 사회로서 개개인의 삶의 태도와 성향, 특성에 중요한 영향을 줍니다. 가족과의 관계와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가족 내 역할을 살펴보면 개인의 심리적 어려움의 기원과 역사, 극복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방향성을 알 수 있습니다. 때문에 대상자가 인식한 가족의 모습을 평가하고 진단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물고기 가족’을 그림으로써 우리 가족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할까요? 글_ 장현정 미술치료전문가(PATR), 공감미술치료센터장

왜 물고기를 그리지?

사람 대신 사물이나 동물로 가족을 묘사하는 방법은 미술치료에서 여러 기법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우리 가족’이 아닌 ‘물고기 가족’을 그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는 사람의 방어와 부담을 줄여줘 보다 솔직한 표현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물고기 가족 그리기는 표현이 쉽고 재료가 간편하여 가족 간의 관계와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리면 될까?

A4용지와 그리기 기본재료(색연필, 싸인펜 등)를 준비하고 “물고기 가족을 그려보세요” 또는, “우리 가족을 물고기로 표현해 보세요”라고 제시합니다. 이후 모든 질문에는 “마음대로 그려보세요”라고 지시합니다.

물고기 그림 속, 비밀을 풀자!

물고기 그림 속, 비밀을 풀자!

물의 양	- 물고기의 행동반경을 의미한다. - 어항의 1/2 이하로 물이 있으면 결핍상태로 볼 수 있다.
그리는 순서	- 가족 내 중요한 인물을 먼저 그리는 경우가 많다.
위치	- 가족 내 위계 서열을 살펴볼 수 있다.
거리	- 친밀하고 상호작용이 많은 사람이 가까이 묘사된다.
크기	- 힘이 세고 영향력 있는 인물인 경우 더 크게 묘사된다.
모양과 특성	- 물고기의 특성, 성격, 태도 등이 드러난다. 예) 상어 - 공격적이고 날카롭다.     거북이 - 느리고 힘이 세다.
생략	- 갈등적 관계의 가족 구성원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기타	- 너무 많은 양의 물방울(기포)은 스트레스, 불안을 의미한다.

▶   캐릭터: 남녀와 상하 구분
∙ 남자는 세모 물고기로, 여자는 동그란 물고기로 그림.
∙ 아빠와 엄마가 위쪽에, 자신과 동생은 아래에 위치.

▶   어항 내 감정 상태: 차가움
인터뷰에서 각 물고기들이 ‘그냥 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림에서도 물고기들 간의 상호작용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물이나 물풀 등 어항을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전혀 나타나지 않아 더욱 가족의 온도가 냉랭해 보입니다.

▶   방향: 불통을 의미하는 상이한 방향
부모님 물고기와 자녀들 물고기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부모님과 자녀의 관계가 친밀하지 않고 충분한 대화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경우 가족 간의 관계 개선을 위한 도움이 필요할 것입니다.

▶   캐릭터: 서로 다른 물고기는 가족 구성원 각각의 특성과 성향 표현
∙ 엄마(문어): 주변에 관심이 많고 참견을 잘하는 오지라퍼이기 때문에 문어로 그림.
∙ 막내 동생(문어): 엄마와 비슷한 점이 많고 서로 잘 맞아서 같은 문어로!
∙ 아빠(메기): 세상에 무관심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어 흙 속에 사는 메기로 상징.
∙ 나(꽃게): 부끄러움이 많고 조용하지만 공격을 당하면 다른 사람을 물어버리는 존재로 표현.

▶   거리: 엄마와의 심리적 관계
엄마 문어가 그림 중앙에 가장 크게 그려져 있어 가정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엄마 문어와 나(꽃게)와의 거리가 멀어 엄마와의 관계에 대한 불편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 본 기사에 소개된 작품은 제작자의 동의를 받았습니다.

▶   거리와 행위: 친근함과 분리를 표현
엄마아빠 물고기가 가까이 있고 나와 여동생은 막 귀가하여 문과 가까이 있습니다. 남동생은 혼자 누워서 휴대폰을 보고 있는데 별도의 이불에 누워있으므로 가족들과 다소 분리되어 있고 상호작용이 적습니다. 가족들이 각자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평소 모습, 행위들이 묘사되어 있고 각각 다른 색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그림에서 가족들 간의 상호작용이 적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성인기 자녀들이 있는 가정의 일반적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   오브제: 어항 속 문의 상징
그림 속에 문이 표현되어 있는 것은 외부와 소통하고 싶은 나의 마음이 반영된 것으로, 집에서 답답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   행위: 상호소통 점검 필요
가족들과 조카들까지 묘사되어 있는 그림입니다. 친한 가족들은 가까이에서 같은 행위를 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어항의 우측 중간에 있는 동생은 화장을 하고 있는데, 다른 가족들과 상호작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표현되어 있어 가족과의 관계가 원활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오브제: 주변 해초와 수도꼭지의 의미
그림을 그린 분은 수도꼭지에서 계속 깨끗한 물이 나오고, 해초가 산소를 끊임없이 공급해 주며 탁자가 단단해서 어항이 깨지지 않도록 안정감이 있었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산소와 물, 어항은 물고기에게는 생존과 관련된 요소입니다. 현재 위협을 느끼고 있거나, 걱정이 많을수록 더욱 안정감을 추구하게 됩니다. 때문에 현재 그림을 그린 분의 마음 중 가족과 관련한 불안감이 존재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 본 기사에 소개된 작품은 제작자의 동의를 받았습니다.
* 실제 검사과정은 전문적인 면담과 관찰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보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입니다. 이 해석내용은 직접 면담과정을 거치지 않은 가설이므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