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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을 향해 걸어가는 이 시대의 영웅들
소방관이 흘린 땀방울의 가치

불길을 향해 걸어가는 이 시대의 영웅들소방관이 흘린 땀방울의 가치

매년 5월 4일은 ‘국제 소방관의 날’, 그리고 5월 25일은 재해예방법에 대한 국민의 의식을 높이고, 방재훈련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제정한 '방재의 날'이다. 최근 강원도 일대를 비롯한 대형 화재 현장에서 빛을 발한 소방관들의 활약에 온 국민이 응원을 보내고 있는 반면, 아직까지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은 쉽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 국제 소방관의 날과 방재의 날이 있는 5월을 보내며 지금 이 시각에도 불길과 맞서 싸우는 우리 사회의 영웅, 소방관의 삶을 조망한다.



소방관이 짊어지는 무게

우리는 소방관들이 어떤 무게감을 느끼며 소방차를 타고 사고의 현장으로 향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국가기관들에서 발표한 각각의 통계 지표를 통해 소방관들이 견뎌야만 하는 무게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무거운 소방 장비를 착용한 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불길로 뛰어드는 소방관들. 하지만 이들의 어깨를 더욱더 무겁게 하는 것은 아마도 ‘책임감의 무게’가 아닐까. 한 생명이라도 살리려는 이들의 부담감은 안타까운 수치로 나타난다. 하나의 예로 소방관들은 일반인보다 최대 10배가 넘는 심리 관련 질환을 앓고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PTSD)는 일반인의 10.5배, 알코올성 장애는 6.6배, 우울증은 4.5배, 수면장애는 3.7배가 높을 정도로 소방관의 정신적 고통은 육체적 고통을 뛰어넘는다.



현장 속, 우리를 울린 소방관들

1분 1초가 한 편의 드라마 같은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진 주인공이 된다. 생사의 순간에서 사명감 하나로 의지를 불사르던 이들의 명장면을 재조명한다.

고양이 한 마리의 생명도 소중히- 박민화 춘천소방관 구조팀장 -

한 화재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이던 박민화 춘천소방서 구조팀장의 눈에 띈 것은 연기에 질식해 숨이 멎은 고양이었다. 작은 생명까지도 소중히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심폐소생술을 감행한 결과, 고양이는 마침내 작은 숨을 뱉어낼 수 있었다. 이것을 계기로 동물자유연대로부터 감사패를 받게 된 박 팀장. 작은 생명 하나까지도 쉽게 지나치지 않는 그의 열정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위험도 무릅쓴 소방관들의 희생 정신- 강원도 산불 현장에서 불길에서 주유소를 책임진 소방관 -

거센 바람의 영향으로 역대급 손해를 입게 된 강원도 산불 현장. 점점 거세지던 불길이 마침내 LPG 충전소 인근까지 다다랐을 때 영웅처럼 등장한 건, 시뻘건 불길 앞에 당당히 맞선 소방관들의 모습이었다. 충전소의 담벼락까지 근접해 온 불길, 하지만 소방관들이 온 힘을 모아 사수한 덕분에 충전소로 인한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역대 산불을 막기 위한 진귀한 풍경- 고성 산불 진압을 위해 전국에서 모인 소방차 -

강원도 고성에서 시작해 속초 시내까지 퍼져나간 산불은 강원도가 보유한 소방차로는 화재의 10분의 1도 막아낼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에 전국의 소방차들은 천리길을 마다않고 속초시로 집결, 화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장관을 이뤄냈다. 총 872대의 소방차가 보여준 열정에 온 국민들의 마음까지도 뜨거워졌던 순간이다.

견디기 힘든 화마와의 사투 끝에- 폭염 속 불길 진압 후 탈진한 소방관 -

언제나 뜨거운 불길이지만 특히 여름에 발생하는 화재는 숨을 못 쉴 만큼 고통스럽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7월의 어느 날, 진화 작업 도중 바닥에 쓰러진 한 소방관의 모습. 온몸이 타들어 갈 것 같은 고통이지만 그의 온 신경은 불길 가운데 있었다. 바닥에 나뒹구는 빈 생수병만이 그날의 열기를 설명해준다.

길 위에서 허기만 채우네- 끼니도 놓치기 일쑤인 소방관의 일상 -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은 컵라면으로 허기를 달래는 것에 익숙하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 덥고 무거울 방화복을 벗지도 못한 채, 현장 한켠에 앉아 때우는 한 끼이지만 이것마저 마음 놓고 먹지 못하는 모습은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이 매우 시급함을 느끼게 해준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실현 가능한 이야기일까?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국민 청원 페이지

엄청난 피해 규모를 일으킨 강원도 산불 화재로 인해 국민들은 자연스레 소방관들의 처우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이는 곧 소방공무원들의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는 국민 청원으로 이어졌고, 사회적 이슈로 불거졌다.

4월 5일부터 시작된 국민 청원은 시작한 지 4일 만에 참여 인원 20만명을 가뿐히 넘기고, 청원 종료일인 5월 5일은 총인원 380,769명의 참여로 마무리됐다. 국민들이 뜨거운 관심과 응원을 보내고 있는 한편, 관련 법안은 아직까지 국회의 문턱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 청원에 대해 답변을 게시한 정은애 전북 익산소방센터장은 ‘동료를 떠나보낸 35년 차 소방관의 기도, 할 말 많은 소방관’이라는 영상으로 화제를 모은 주인공이다.

“컵라면을 먹고 일해도 괜찮은 것이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국민을 구할 수 있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족한 인력으로
현장에서 고생하고도 국민을 지키지 못했다는 부담감에 괴로워하고
아파하고 죽어가는 소방관이 있습니다.” - 정은애 전북 익산소방센터장-

최근 들어 국민안전처 소속이었던 중앙소방본부가 소방청으로 독립되어 소방업무가 개선되고 있지만, 대한민국 소방관들의 처우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사회적으로 소방관이라는 직업만으로도 예우를 받고 있으며 보상금의 액수도 엄청나다.
2001년 뉴욕 9.11테러 구조 작업 중 숨진 소방관들에게는 평균 40억 원 이상의 보상금이 지급되었을 만큼 비용적으로 큰 지원을 받고 있다. 일본은 소방관들의 심리 치료에 중점을 둔다. 참사가 일어난 72시간 이내로 개인 및 그룹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한 달 동안 겨우 6만원의 위험수당을 받으며 불길로 뛰어드는 우리나라 소방관들의 현실과는 너무나 대조되는 모습이다. 오늘도 묵묵히 방화복을 입고 분초를 다투며 사건, 사고를 처리하는 소방관들이 있기에 우리는 별일 없이 살아간다. 소방관들의 무게가 조금이라도 느껴졌다면 거대한 화마 앞에서도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절대 포기하지 않는 그들처럼, 우리 역시 끊임없는 관심과 응원을 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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