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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클래스]
한 땀 한 땀 엮는 북유럽 감성
마크라메(Macramé)

학창시절, 여러 줄로 묶인 실 가닥 가닥을 매듭으로 엮어 팔찌로 만들어 손목에 차고 다녔다. 팔찌가 자연스레 끊어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었던 것이다.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팔찌를 만드는 시간동안 어떤 잡념도 없이 오직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 지극한 정성 때문에 그런 소문이 돌았나보다. 시간이 흐르고 흐른 지금, 이 매듭이 히피감성과 북유럽 감성을 자극하여 유행하고 있다. ‘마크라메’라는 한 차원 더 고급스러운 이름으로 말이다.



손으로 짓는 직물, 마크라메

조금은 낯선 이름의 마크라메는 손으로 실을 매듭지어 만드는 직물이다. 일반적인 뜨개질과 달리 별다른 도구가 필요 없어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마크라메에는 30여 가지의 매듭법이 있는데, 이 매듭법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면 단순한 인테리어 소품은 기본, 드림캐처, 가방 등 복잡한 모양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
마크라메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지만 13세기 아랍의 직공들이 쓰던 말인 ‘마이그라마(Migramah)’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이 단어에는 숄이나 스카프의 가장자리에 붙이는 술 장식인 ‘프린지(Fringe)’라는 뜻이 포함돼 있는데, 마크라메 특유의 술 장식을 떠올려 보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터키의 ‘마크라마(Makrama)’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는데, 마크라마는 수건의 가장자리 실을 뜨개질로 정리하는 기법을 뜻하는 말로, 직물이 풀리지 않도록 매듭법으로 마무리하는 마크라메를 떠올리게 한다.
어쨌든 세상에 등장한 마크라메는 시간이 지나면서 산 넘고 바다를 건너 유럽 전역으로 퍼지게 된다.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초인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마크라메 특유의 감성을 눈여겨 본 귀족들이 침구류, 옷 장식 등에 두루 활용했기 때문이란다. 이후 마크라메는 미국, 캐나다 등을 거쳐 우리나라로 상륙했다.



마크라메가 사랑받는 ‘다양한’ 이유

요즘 SNS를 보면, 마크라메 작품이 심심찮게 보인다. 북유럽을 연상케 하는 오묘한 모양과, 특별한 도구나 재주 없이도 누구나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다. 최근의 ‘워라밸’과 ‘소확행’도 마크라메 정착에 도움을 줬다.
마크라메의 유행을 옛것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뉴트로(New-tro)’ 열풍의 영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마크라메를 가만히 보면 어딘지 모르게 낯익게 느껴지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옛날 가정집 사진이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면, 마크라메를 화분걸이나 현관문 발로 사용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마크라메는 최근에 유입된 취미가 아니라 수십 년 전부터 존재해 온 직조 방식이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가정’ 시간에 간단한 마크라메 만들기 실습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복고적 감성이 뚜렷한 마크라메를 뉴트로 트렌드 세터들이 발견했고, 이른바 ‘마크라메 붐’이 일게 됐다는 이야기. 나름대로 일리가 있어 보인다.



인테리어 소품으로 제격!

마크라에가 유행이라고 하니, 한 마크라메 공방을 찾아가 보았다. 입구에서부터 아기자기한 마크라메 작품이 달려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아늑했다. 방문한 이곳에선 화분 행잉 만들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화분 행잉은 벽이나 공중에 화분을 매달 수 있게 만든 인테리어 소품인데, 화분이 놓일 곳에 뭘 넣는냐에 따라 작은 소품 보관 용도로도 쓸 수 있다.
가닥가닥 늘어진 면사를 하나씩 매듭으로 묶어 나가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공방 안은 굉장히 차분하고 평화롭다. 행여나 매듭이 하나라도 잘못 묶일까 집중 또 집중하고 있지만 잘못 묶인 매듭은 풀면 되니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공방의 강사가 귀띔해준다. 이것이 바로 마크라메의 장점 중 하나다.

마크라메에는 한계가 없다. 몇 가지 매듭법만 배우면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끈으로 원하는 소품을 뚝딱 만들 수 있다. 심지어 운동화 끈으로 만든 작품도 있다고 한다. 허전한 벽을 히피 감성으로 채워 주는 태피스트리(Tapestry), 뜨거운 여름에 잘 어울리는 그물 형태의 네트백, 얇은 실로 만드는 레이스 모양의 팔찌, 요즘 무선 이어폰 액세서리로 각광받고 있는 키링 등 마크라메로 만들 수 있는 작품은 그야말로 무한대다. 이번 기회에 마크라메를 배워서 집안을 나만의 느낌으로 색다르게 꾸며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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