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길은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늙어 죽어 가는 모든 과정을 묘사하는 데 있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은유입니다. 사전적 의미에서의 ‘길’은 ‘사람이나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입니다. 때때로 길은 어떤 일을 처리하는 방법이나 방도의 의미를 갖기도 하며 동양 사상에서는 도덕적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길은 우리의 의식을 통한 선택, 진로, 나아갈 방향성, 갈등 등을 암시하는데 심리적으로 여러 갈래의 길, 막다른 길, 끊긴 길, 웅덩이가 있는 길, 많은 선이 그려져 있는 길은 삶과 진로에 대한 갈등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결정이 어렵다고 느낄 때, 삶에서 길을 잃어 혼란스러움을 호소할 때, 길 그림을 통해 자신의 선택에 대해 생각해보고 통찰할 수 있습니다. 글_ 장현정 미술치료전문가, 공감미술치료센터장

‘길 그림’으로 삶의 방향성 표현하는 법

① 도화지와 크레파스를 준비하세요.
② 길을 그려보세요. 길과 관련된 것도 그려보세요.
③ 마음대로 그리시면 됩니다.
④ 자, 이제 다음의 질문에 대답해 봅시다.

Q. 이 길은 어떤 길인가요?
Q. 이 길은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로 가고 있나요?
Q 이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Q 이 길을 누구와 같이 가고 싶나요? 혼자 가고 싶나요?
Q 지금 기분이 어떠한 가요?

‘길 그림’ 속 상징적 의미들

길에 대한 그린 결과물을 단순히 그림으로만 해석하기보다 개인의 선택과 현재의 어려움, 상황, 진로에 대한 고민 등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더욱 풍부하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림 검사는 개인을 이해하기 위한 참고자료이며 의사소통 하기 위한 매개입니다. 기계적으로 해석하거나 지나치게 세밀하게 해석하지 않아야 합니다.

◎ 사례 분석 ◎

21세 남성 “선택의 기로 속 낮은 자존감까지”

그림을 그린 사람은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있으며 세 가지 선택지 중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 가지 길 모두 ‘돌’이나 ‘가시밭길’, ‘악어 웅덩이’ 등이 그려져 있으며 험난한 여정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또한, 스스로를 작고 단순하게 묘사하며 자신 없고 불안한 마음을 나타냈습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매우 비관적으로 지각하고 있기 때문에 불안하고 두려운 상황이며 ‘이 길을 가고 싶지 않아 망설이며 자리에 서 있다’고 설명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여정을 통해 어떻게 자기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낮은 자존감에 대해 더 깊게 들여다봐야 합니다. 상담 심리치료를 통해 앞으로의 선택과 결정, 삶의 태도에 도움을 받기를 권합니다.

31세 여성 “불안하고 긴장감이 높은 요즘”

그림 속 길은 ‘디스토피아’적 공상과학 소설에 나오는 미래의 도로이며 차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내려가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어두운 밤이며 별들이 총총 떠있다고 했습니다. 이 도로의 끝에는 차들을 빨아들이는 소용돌이가 있을 것 같으며 자동차들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림을 그린 뒤 어둡고 컴컴하며 차가운 느낌이 든다고 했습니다.

경사진 나선형 도로의 모습에서 속도감과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정서적으로 불안함과 우울감이 느껴지는 설명을 했으며, 도로의 모양과 방향으로 봐서 현재 매우 불안정하고 무기력한 상황이며 긴장도 매우 높아 스트레스가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40세 여성 “가정이 생겨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상태”

하늘이 맑고 날씨가 좋은 어느 날,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며 기분이 좋아서 콧노래를 부르는 중이라고 합니다. 산길은 부드럽고 살짝 구불거리는 흙길이지만 방향이 분명하며 귀여운 토끼들과 낮은 나무들이 길가에 있어 편안한 분위기라고 했습니다.

그림 속 표지판에는 ‘집으로’라고 적혀 있으며 집으로 가는 길이라 기분이 너무 좋다고도 표현했습니다. 20~30대 때 일중독으로 살았는데 최근 ‘가정’을 이루게 되면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즐겁고 행복한 상태입니다. 때문에 집에 가는 상상을 하면 지금도 마음이 편안하고 안심이 된다고 합니다.

* 본 기사에 소개된 작품은 제작자의 동의를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