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혁 한양대학교 AI솔루션센터 부센터장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벌인 세기의 대국은 전세계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함께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오늘날,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기술 발전이 앞으로 우리의 삶을, 세상의 많은 부분을 바꾸리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현재 선진국을 중심으로 정부, 기업, 학계에서 AI기술 연구가 한창인 가운데, 이 분야 우리나라 리더 중 한 명인 한양대학교 장준혁 교수를 만났다. 장준혁 교수는 네트워크 서버 연결이 필요 없는 ‘임베디드형 AI스피커’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등 국내 AI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리더 중 한 명이다. 최근 동원산업이 30억 원을 기부해 설립한 한양대 AI솔루션센터 부센터장으로 부임했다.
독자 기술로 만든 AI스피커, 플루토
인공지능을 일상에서 밀접하게 경험할 수 있는 아이템은 AI스피커다. 장준혁 교수가 개발한 ‘플루토(Pluto)’는 인터넷 연결 없이 목소리를 구별하는, 국내 최초 임베디드형 AI스피커다. 임베디드는 내장형 시스템으로 네트워크 없이 20만 단어 분량의 대용량 음성인식시스템을 구현했다.
대게 AI스피커는 각 가정의 거실이나 침실 등에서 사용된다. 때문에 네트워크 서버와의 연결이 필요한 시중 AI스피커들은 민감한 개인정보가 외부에 노출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임베디드형은 네트워크 연결 없이 스피커 내에서 모든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보안 측면에서 우수하다.
플루토는 시끄러운 환경 속에서도 ‘화자인식기술’을 통해 등록자의 음성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TV 등에서 나오는 목소리와 등록자의 음성을 구별하기 때문에 화자에 대한 데이터를 더욱 정확하게 많은 양을 축적할 수 있어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장착된 4개의 마이크가 360도 방향으로 화자의 위치를 찾아 해당 방향에서 나는 소리를 증폭해서 받아들인다.
장준혁 교수는 음성 합성, 음성 인식, 음성 확인, 자연어 처리, 노이즈 억제, 반향 소거 등의 독자 개발한 원천기술을 플루토에 탑재했다. 이외에도 수면 패턴 측정 기능 등이 있으며, 수면 무호흡 증상 등 수면 장애에 대한 리포트가 가능해 바이오헬스 분야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나아가 사물인터넷이 적용되는 스마트시티에서 가전기기 제어나 자동차 음성 제어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국내 최초 AI솔루션센터
‘플루토’의 아버지 장준혁 교수는 최근 문을 연 한양대 ‘AI솔루션센터’의 부센터장직을 맡았다. 동원산업이 30억을 기부해 설립한 AI솔루션센터는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에 AI기술을 공유하고 이들의 지속성장을 돕기 위해 설립된 국내 최초의 센터다. AI기술을 산업체 현장에 적용해 기업이 당면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생산성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AI솔루션센터는 대학에서 개발한 원천기술과 기업을 연계하는 가교 역할을 하면서 교육과 연구 중심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AI솔루션센터 탄생 자체가 AI산업 발전을 통한 사회 기여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교육적 측면도 그 목적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동원산업이 AI기술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AI기술을 개척할 수 있는 시스템 안에서 저 역시 좋은 결과물로 사회에 기여하겠습니다. 탐구에 대한 설렘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도 느낍니다.
향후 AI기술이 적용될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전자, 조선, 화학, 철강, 식품, 소비재 등의 제조산업에서 AI기술 활용을 주목하고 있다. 품질관리, 스마트팩토리, 자동화, 고장진단 등 제조공정 파트에서 AI기술이 생산과 품질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다. 장준혁 교수는 AI솔루션센터가 그 일익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중소∙중견기업이 AI기술을 자생력 있게 구동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내부 인력들이 AI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러한 지식을 갖는 것 자체가 시간적∙비용적∙환경적 측면에서 쉬운 일이 아닙니다. AI솔루션센터는 산업체 임직원들이 AI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교육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목표를 이뤘을 때의 보람,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
장준혁 교수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 도전하기 쉽지 않은 영역을 그는 거침없이 달려왔다. 박사 과정 중에는 스타트업 기업을 만들어 AI이전의 음성인식을 연구했으며, 박사 학위를 받은 후에는 유수 기업들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인공지능 연구에 매진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그 도전이 이루어졌을 때 엄청난 보람을 느껴요. 가르친 학생이 사회의 주역으로 활동할 때나 개발한 기술이 실제 산업현장에서 인정을 받으며 사용될 때 진심으로 행복해요. 물론 결과물이 나오기까지는 고단하고 힘들죠. 슬럼프가 찾아오면 등산을 하면서 ‘이 길이 내가 꼭 가야 할 길인가’를 생각해보고,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어요. 그렇게 또 열심히 하다 보면 인정을 받고 그게 또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요.
AI솔루션센터를 스타업처럼 성장시키기 위해 ‘인재양성’에 대한 밑그림을 그린 장준혁 교수는 대학교 내 AI대학원 설립에 대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노력이라는 추상적인 단어 대신 실질적인 결과물로 승부하겠다”는 그의 묵직한 행보가 이제 막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