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A,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로봇에게
제조현장에서 로봇이 일상적으로 사용된 지 오래다. 지난 50여 년간 제조현장의 생산성은 로봇 기술의 발전과 함께 숨 가쁘게 진화해 왔던 것에 반해 사무 업무에서는 로봇 기술이 특별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몇 년 사이 RPA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사무 업무에도 개선의 움직임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RPA는 PC에서 사람이 하던 업무를 자동 실행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하는 기술이다. 특히 전산화된 자료를 기반으로 표준화된 양식과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업무라면 RPA로 전환할 경우 비용 대비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일 새로운 주문과 재고 현황을 확인한 후 필요한 수량을 산정해 입고 요청을 하는 업무를 RPA로 전환하면 정해진 시간에, 혹은 한 번의 클릭이나 문자 명령만으로 자동 실행되도록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단순반복 업무를 RPA로 대체해 나갈 때 사무업무 생산성이 대폭 향상되는 것이다. 프로그램만 완전하게 개발한다면 사람보다 정확한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해외 기업들의 성공사례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금융과 제조 분야를 중심으로 RPA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주 52시간 근무가 의무화되면서 RPA의 업무 시간 단축 효과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RPA로 단순반복 업무를 대신하면서 확보한 시간은 좀더 핵심적인 업무나 혁신을 만드는 창의적인 시도에 할애할 수도 있다. 이런 변화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노동자의 업무 능력과 만족도까지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그룹 전체가 함께 만드는 변화의 바람
지난 11월 8일 서울 양재동 동원산업빌딩에서 사무생산성 향상 경진대회가 열렸다. RPA를 통해 동원그룹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열정으로 뜨거웠던 경진대회 현장.
동원그룹은 2017년 동원산업을 시작으로 F&B, 홈푸드, 로엑스에 소규모로 시범적인 적용을 시도한 데 이어, 2019년에는 산업, 홈푸드, 로엑스, 시스템즈, 건설산업, F&B, 테크팩 등 7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RPA 추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룹 전체로 RPA를 확산할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각 계열사의 현업 인력이 참여하는 RPA 추진 TFT도 구성됐다.
TFT에서는 RPA 개발 지원 전문 인력인 엔터프라이즈 직원 및 협력사 직원 13명 외에 7개 계열사에서 발령받은 직원들도 교육을 거쳐 RPA 개발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특히 RPA 추진 성과를 좌우하는 적합한 과제 발굴은 현업 부서 경험이 있는 각 계열사 직원들이 주도하고 있다. 동원그룹이 영업, 재무, 채권, 구매, 물류/재고, 생산, 인사/노무, 수출입, 분석/보고, 정보수집, IT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쳐 11월 현재 140여 개의 과제를 발굴, 개발해 적용하고 있는 데는 RPA 추진 TFT의 역할이 컸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RPA 과제를 발굴하고 개발한 결과 동원그룹은 2019년 한 해 동안 투자금액 대비 417.4%의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높은 ROI(Return On Investment)가 예상되는 계열사는 동원 F&B로 928.5%에 달한다. 사무생산성 향상 경진대회는 동원그룹이 국내 어느 기업보다 발 빠르게 추진해온 RPA 과제 중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응원하며, 앞으로의 방향과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본선에는 참가를 신청한 24개 팀 중 18개 팀이 예선에서 경쟁한 결과 7개 팀이 진출했다.
11월 8일 진행된 본선은 각 팀별 발표와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개발 비용 대비 절감 효과 등 경제성(ROI) 60% 지속가능성 20% 혁신성 20% 비중으로 평가해 대상 1팀, 최우수상 2팀, 우수상 4팀을 선정했다.
한 발 앞선 RPA 도입으로 미래를 열다
동원그룹 사무생산성 향상 경진대회 본선에 올라온 7개 팀의 발표 내용은 각 계열사의 RPA 추진 과제 중에서도 우수한 사례인 만큼 심사에 참여한 임원진과 직원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특히 지금까지의 추진 결과를 토대로 미래 과제와 가능성을 가늠하고자 하는 임원진의 날카로운 질의가 이어지면서 예정 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3시 무렵에야 모든 팀이 발표를 마치고 심사에 들어갔다.
심사 결과 대상에는 ‘출고 프로세스 정교화를 통한 선제적 고객 대응’을 발표한 동원홈푸드가, 최우수상에는 ‘스마트워크를 통한 Agile 영업환경구축’을 발표한 동원 F&B와 ‘컨테이너 운송업무 효율화‘를 발표한 동원로엑스가 선정됐다. 김남정 부회장을 비롯한 각 그룹 사장단의 심사 결과와 일반 직원들의 투표 결과가 각각 집계됐는데, 평가 순위가 일치해 RPA 추진 방향에 대한 동원그룹 임직원의 하나 된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원그룹 RPA 추진 주역들을 응원하고 북돋우기 위해 경진대회에 참석한 김재철 명예회장은 총평에서 “누가 새로운 기술을 더 빨리 받아들이느냐가 앞으로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면서 초기 컴퓨터에서 스마트폰으로의 발전 사례를 들어 “아직 도입 초기여서 RPA 적용 업무가 많지 않지만, 앞으로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모든 직원이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과제 발굴과 개발에 참여해 RPA를 선도하는 기업을 만들자고 당부했다.
[대상 수상팀_동원홈푸드]
Q. 과제 발굴 과정이 궁금합니다.
김성필 차장_엔터프라이즈 박문서 대표님이 RPA 리더도 개발에 참여해야 한다고 권하셔서 남들보다 뒤늦은 7월부터 과제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좀더 적극적으로 혁신적인 과제를 발굴하고 싶었고, 그 결과 나온 것이 발표 내용 중 하나인 미출고 선제적 대응 시스템이죠.
Q. 사무생산성 향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김성필 차장_한계를 뛰어넘는 ‘적극성’과 ‘인식의 전환’을 꼽고 싶습니다. 제가 개발한 과제만 해도 현업에서는 언급되지 않았거든요. 미리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발굴하지 못하는, 하지만 얼마든지 실현 가능한 과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더 큰 효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더욱 현신적인 과제에 도전해야 할 것입니다.
Q. 구체화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개발자들만 아는 어려움도 있을 것 같습니다.
조아라 주임_저는 TFT에 참여하면서 개발 업무를 처음 접했는데요, 우리가 사용하는 세계 RPA 플랫폼 UiPath(유아이패스)가 생각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툴이어서 개발 업무는 금방 배울 수 있었어요. 하지만 구체화 과정에서는 예상 못한 어려움이 많았죠.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하는 업무도 막상 프로세스로 구성하려면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모든 변수를 계산에 넣어야 하거든요. 처음부터 오류가 생기지 않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게 중요하니까요.
Q. 오늘 대상을 수상하셨는데, 소감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성필 차장_감사한 분들이 먼저 떠오르네요. 명예회장님을 비롯한 임원진에서 RPA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으셨다면 저도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동참할 기회를 가질 수 없었겠죠. TFT와 경진대회에 참여하면서 한 단계 성장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고생 많은 7개 계열사 TFT 구성원 모두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동원그룹은 이번 사내업무개선 사내경진대회를 통해 각 계열사의 RPA 추진 과제를 발굴할 수 있었으며,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RPA로 전환함으로써 절감한 시간을 직원들의 역량 개발과 창의적 업무에 집중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RPA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도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