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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 ‘올인’한 이유? 즐거우니까!
국가대표 1호 소믈리에 정하봉

와인에 ‘올인’한 이유?
즐거우니까!

국가대표 1호 소믈리에
정하봉

동원그룹 Challenge Story

정하봉 소믈리에와 마주앉아 끝 간 데 없는 와인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꿈’과 ‘재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그는 국가대표 1호 소믈리에다.
와인 시음도, 추천도, 공부도, 강의도 즐거워서 한다.
“와인과 함께 풀어갈 신나는 일들이 무궁무진하다”며 웃는 그를 보니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는 말이 떠올랐다.

국가대표 1호 소믈리에

정하봉

JW메리어트 한국 최초 소믈리에 (2005)
제3회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대회 우승 (2008)
제13회 세계 베스트 소믈리에 대회 국가대표 출전 (2010)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부회장 (2010~)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BLT스테이크 총괄 소믈리에 (2015)
JW메리어트 서울 플레이버즈 총괄 소믈리에 (2019~)

EPISODE 1

맨땅에 ‘기꺼이’ 헤딩하는 법

스물두 살 대학생 시절, 낮에는 강의를 듣고
밤에는 재즈바에서 바텐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의 성격이 서비스업과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됐다.
무엇보다도 고객을 위해 칵테일을 만드는 일이 너무나 즐거웠다.
뭐든 배울 수만 있다면 무작정 찾아 다녔던 그 시절,
인생의 전환점이 된 무료 와인 강의를 만났다.
수업 말미에 와인 테이스팅 기회가 있었는데
새로운 와인을 마신다는 것 자체가 설레고 즐거웠어요. 몇 번의 수업이 끝나갈 무렵,
와인에 인생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와인을 다룰 수 있는 직업을 찾아 호텔에 입사했습니다.
‘소믈리에’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2005년
한국 메리어트 호텔의 1호 소믈리에가 탄생했다.
입사 전부터 와인 공부를 해온 저에게 좋은 기회가 주어졌고,
호텔 1호 소믈리에가 되기까지 많은 노력을 해야 했습니다.
관련서적도, 와인 강좌도 거의 없던 시절이라 맨땅에 헤딩하듯 부딪혀야 했거든요.
월급날에는 무조건 마트로 달려가 당시 월급의 2/3를 와인 값으로 지출했고
국내에서 진행하는 와인세미나와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관련 자료를 스크랩했다.
실력이 쌓이고 자신감이 붙자 더 넓은 무대에서 검증받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2006년부터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대회에 출전했고, 도전 3회째인 2008년 드디어 우승을 거머쥐었다.
왕중왕전에서도 우승해 2010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제13회 세계 베스트 소믈리에 대회’의 출전자격을 얻었다.
한국 소믈리에로서는 세계대회 첫 공식 출전자가 된 것이다.
‘국가대표 1호 소믈리에’라는 타이틀의 시작점이었다.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큰 대회죠.
국내엔 저보다 앞서 출전했던 사람이 전무했던 터라
100여 권의 원서를 읽으며 나만의 노트를 만들어 정리했어요.
그런데도 국제대회에 출전해서 느낀 점은
‘세계의 벽은 높다’는 거였죠.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동유럽 와인이 나왔는데,
당시는 한국에 동유럽 와인이 소개되기 전이어서
정말 당황했어요.
높은 벽을 실감한 국제대회에서 제가 배운 건
바로 겸손이었습니다.
EPISODE 2

삶에는 와인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선을 갖기 위해서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실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와인과 버스킹 공연이 어우러진 ‘와인 앤 버스커’ 축제도,
낮술과 대화를 즐기는 ‘와이 낮 술(Why Not Sul)’ 이벤트도
그의 기획 아래 세상에 나왔다.
영업이 다 끝난 밤, 업장 문을 닫고 와인 한잔하며
고객들과 다양한 주제를 놓고 수다를 떠는 ‘심야주방’도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정하봉 소믈리에가 2005년부터 매달 진행하는 와인 디너는 늘 만석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충실한 강의를 위해 디너 때마다 최소 5권 이상 관련 서적을
공부하며 대중과 풍성한 소통을 만들어 가고 있다.

제가 일하는 레스토랑은 단순히 밥을 먹는 공간을 넘어 다양한 관계가 어우러져 소통하는 곳입니다.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저를 찾아주시는 손님들께 최고의 음식과 와인을 심사숙고해 매칭합니다.
저의 제안이 미팅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씀해주실 때면 뿌듯하고 성취감을 느낍니다.
더 많은 대중이 와인에 쉽게 접근하고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고민과 도전을 거듭하고 있는 정하봉 소믈리에.
와인을 좋아하지만 잘 알지는 못한다는 사람들에게, 와인이 어렵게 느껴져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사람들에게
정하봉 소믈리에는 친절한 길잡이가 되고 싶다고 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와인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질문하고 답을 듣는, 와인 토크콘서트 형식을 추구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이 미술관에 처음 와서 작품을 보면 그냥 ‘참 좋다’ 정도만 느끼죠.
그런데 도슨트가 다가와 ‘18세기 후기 인상주의 그림이고, 붓터치와 구도의 의미는 어떻고,
당시 작가는 이런 상황이었다’는 설명을 해주면 같은 그림도 새롭게 보입니다.
소믈리에도 마찬가지예요.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이건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와인으로 5가지 품종이 블렌딩됐고,
목 넘김 이후의 우아한 피니쉬는 전 세계 와인의 기준점이 되고 있다’는 걸 알려주면 와인이라는 신세계와 만나게 됩니다.


정하봉 국가대표 소믈리에의 연말 와인 추천




EPISODE 3

와인 인문학자란 새로운 타이틀!

예나 지금이나 정하봉 소믈리에의 머릿속을 꽉 채운 화두는 와인이다.
와인과 다른 영역을 융합해 새 지평을 열어가는 묘미가 쏠쏠하단다.
남다른 에너지의 원천은 사람과 세상에 대한 끝없는 관심, 그리고 폭넓은 인문학적 소양이다.
와인을 이해한다는 건 전 세계 수많은 와인 산지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그 지역 사람들의 삶까지도
이해하는 것입니다.
인문학자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듯, 소믈리에도 ‘와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끝없이 정진해야죠.
와인의 매력은 역설적이게도 너무 어려워서
재미있다는 건데요.
그 다양성에 인문학이 더해지면서 스펙트럼이
무궁무진해지는 것 같아요.
10여 국가의 와인 브랜드 앰버서더로 활동 중인 정하봉 소믈리에는
지난 5월 보르도 코망드리(Bordeaux Commanderie) 와인 기사 작위를 받았다.
보르도 지역 와인산업종사자연합체가 와인 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는 작위로,
프랑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부군 필립공 등
세계적인 명사들이 이 작위를 받은 바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소믈리에지만 배움은 멈추지 않는다.
와인의 깊은 풍미가 몸에 새겨지는 동안 그의 꿈도 하나씩 늘었다.
아마도 저는 평생 와인산업에 종사할 겁니다.
와인을 통해 인류의 역사와 문학, 철학에 조금 더 감성적으로 다가가고 싶다는 욕심도 있죠.
파스퇴르는 ‘한 병의 와인에는 세상의 어떤 책보다 더 많은 철학이 있다’는 명언을 남겼는데요.
와인과 인문학을 엮어 사람들이 와인을 좀 더 쉽고 깊이 있게 즐길 수 있게 하는 길잡이가 되고 싶어요.
우리는 언제나 하나의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내가 선택한 일이 때론 타인의 기준에 있어서는 틀려 보일 수도 있죠.
하지만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 자신감을 갖고 걷다 보면, 우리는 분명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가 선택한 그 길을 향해 나아가세요. 그게 바로 도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