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서율
동원그룹 Challenge Story
이처럼 우리의 회색빛 일상을 잠시 무지갯빛으로 바꿔주는 거리의 예술가들.
그 중에서도 저글링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웃게 하고 싶다는 포부를 가진 한 청년이 있다.
삐에로 아르바이트생에서부터 서커스 월드투어의 주인공으로 성장한 서커스 아티스트 함서율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다.
서커스 아티스트
함서율
2019 라스베가스 Magic A Live 초청공연
2018 FISM(국제세계마술대회) 원맨쇼 게스트
EJC유럽 저글링페스티벌 참여
2014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참가작
서커스드라마연구소 서커스.D.랩 멤버
세상을 웃음 짓게 할 준비 완료!
서커스 아티스트 함서율의 자기소개
‘서커스 아티스트’ ‘거리 공연가’ ‘저글러’ 등 그를 소개하는 많은 단어들이 있지만
어느 것 하나 딱 들어맞는 말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그는 다재다능한 끼를 살려 방대한 작업을 하고 있다.
그 안에는 다 저만의 스토리와 아이디어가 녹아있어요.
대사 없이 진행되는
넌버벌 퍼포먼스를 주로 하면서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어요.
극을 꾸미는 성격의 공연
공 저글링을 주특기로 한다.
많은 저글링 오브제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공을 선택한 데는
그만의 이유가 있었다.
공 저글링을 마스터하면 다른 오브제를 잡았을 때도
조금 더 빠르게 이해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마치 피아노를 전공한 연주자가 바이올린이나 기타 등
다른 악기들까지 쉽게 배우고 연주할 수 있는 것처럼요.
삐에로 분장을 하고 나간 거리에서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다
아직 젊은 나이지만 그는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인 2009년부터 서커스 공연에 입문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지만 일찍이 공부가 아닌
새로운 일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한 이벤트 회사의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가게 된다.
삐에로 분장을 하고 요술 풍선을 만들어 주던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었죠.
그러던 중 저글링을 접하게 됐어요.
그 순간부터 제 인생이 달라진 거죠.
오로지 유튜브에 올라온 저글링 영상을 보고 무작정 따라 하며 독학을 시작했다.
그렇게 1년을 공들여 자신만의 공연을 만든 그는
2009년 5월 5일, 어린이날에 생애 첫 공연을 펼치게 된다.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이었는데 갑자기 공연 전부터 굉장히 떨리더라고요.
그 작은 공연을 위해서 수많은 도전을 했던 게 생각이 나면서 갑자기 두려웠어요.
그래서 공연을 포기하고 집에 가려고 했어요.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갑자기 그 순간부터 심장이 뛰지 않더라고요.
그때 ‘내가 살면서 이렇게 심장이 많이 뛰는 순간이 또 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무대로 돌아갔어요.
그 자리에서 관객들은 120%의 박수와 사랑으로 그의 열정에 화답했다.
제가 공연을 멈출 수 없는 원동력이죠.
호주에서 배운 거리의 쓴맛
국내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군 전역을 하자마자 첫 해외 공연을 기획한다.
좋은 영감을 받기 위해, 자신의 공연을 뽐내기 위해
무작정 떠난 호주 땅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전 재산이 40만 원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는 직접 거리로 나가 무관심 속에서도 묵묵히 공연을 해야 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받은 햇머니(Hat Money, 공연자의 모자에 넣어주는 공연료)는 고작 30불.
애초에 계획했던 호주에서의 3개월은 물거품이 된 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생각도 들었다.
휴양지 특성상 사람들이 조금 더 제 공연에 관심을
가져주었고 조금씩 자신감도 붙게 됐어요.
혼자 이 시간들을 버텨내면서 많이 외롭기도 했지만
수련을 한다는 마음으로 3개월을 채우고
한국으로 돌아왔죠.
문화가 다르면 몸으로 쓰는 언어도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몸짓 언어를 연구하고 나서야
그는 전 세계 사람들이 봐도
공감하고 이해할만한 공연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시그니처 공연 ‘더 해프닝 쇼’로 월드투어 찍고
꿈에 그리던 라스베이거스 쇼까지
‘더 해프닝쇼(The Happening Show)’를 만들게 된다.
주인공 광대가 예상치 못하게 벌어지는 사건을
여러 가지 서커스 아이템을 활용해 하나의 극으로 꾸미는 공연이다.
쉽게 볼 수 없는 불 저글링부터 보는 이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사다리 서커스, 디아볼로(중국 요요)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짜임새 있게 압축했다.
그러다가 해프닝(Happening)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봤는데
‘일상생활 속에 생각지 못한 일’ 이런 의미가 있더라고요.
거리에서 만난 관객들의 일상에 생각지 못한 즐거운 일,
힐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더 해프닝 쇼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며 자연스럽게 월드투어를 하게 되었다고.
특히 2018년 한국에서 개최된 FISM은 세계에서 가장 큰 마술 축제로
3년에 한 번뿐인 행사다.
이 자리에 함서율은 일본의 유명 마술사 슛 오가와와
호주의 마술사 시몬 코넬의 원맨쇼 게스트로 참여,
현장의 뜨거운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그 결과 작년 8월에는 서커스 선진국인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Magic a Live’에 초청.
슛 오가와와 시몬 코넬 두 사람과 함께 당당하게
1시간 동안 공연을 마치고 돌아왔다.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 거예요.
관객들이 뜨겁게 환호해주는 모습을 보았을 때
전 세계에 통하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서커스를 시작했던
첫 마음이 떠올랐죠.
세계적인 무대에 계속해서 설 수 있도록
그때 느꼈던 마음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요.
Show Must Go On!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잃게 되는 것이라 말하는 그.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후배들에게 서커스 노하우를 전수할
미래를 꿈꾸며 지금부터 깊은 고민을 시작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서커스 아티스트의 가치를
알아주는 이들이 늘어나기를.
서커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더 관대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직업이 명사가 아니라 동사화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나는 의사, 나는 예술가, 사진작가.
이런 것보다는 나는 치료하는 사람, 저글링하는 사람 이렇게 바뀌는 게 더 의미 있지 않을까요?
직업이라는 테두리에 갇히지 않고 진짜 내가 무엇을 하면 좋겠는지,
어떤 것을 할 때 행복한지를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실험해보고, 사람들의 반응과 감상을 꼼꼼히 기록하는 그.
공연 비수기인 겨울을 맞이했지만
곧 도전할 꿈의 무대를 향해 계속 힘차게 달릴 예정이다.
EJC(Europe Juggling Contest) 무대에 서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2017년에 폴란드에서 참가했던 EJC 페스티벌의 감동을
잊지 못하거든요.
빠른 시일 안에 저희 서커스 크루가 만든 ‘서커스 올림픽’이라는 작품을
잘 다듬어서 EJC 무대에 선보이고 싶어요.
그때 제가 받았던 감동을 전 세계 저글러들에게
그대로 선물하고 싶어요.
날마다 공간의 규모는 달라지지만
오늘도 빨간 수트를 입고 관객들을 만나러 가는 함서율은
늘 한결 같은 마음으로 공연을 시작한다.
전 세계 그 누가 봐도 재미있을 만한 공연을 만들기 위해
그는 오늘도 무대에 오른다.
어쨌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연장 안에는
인격이라는 게 존재하잖아요.
그것 자체가 가치 있는 것 아닐까요?
한 명의 관객 앞에서든, 천 명의 관객 앞에서든
나를 봐주는 관객들이 있는 한,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공연할 거예요.